경마는 단순한 레저 또는 스포츠가 아니다. 경마가 완성되려면 여러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경주를 시행하려면 경주마로 간택된 말들은 주인인 마주의 선택에 따라 조교사(감독)에게 위탁한다. 조교사는 한국마사회로부터 마방을 임대받아 마주로부터 위탁받은 경주마를 관리한다. 조교사의 지휘에 따라 훈련을 마친 경주마는 비로소 경주에 출전하게 된다. 보통 예비 경주마들은 평균 3개월 정도의 훈련을 거쳐 경주에 데뷔한다. 경주 경험이 풍부한 경주마들도 2주 정도 휴식을 거치고 2주 정도 훈련을 한 이후에 실전에 나서는 것이 보통이다. 평균 1개월에 1번 정도 경주에 출전하는 시스템이다.

경마는 1년간의 대강의 경주계획이 수립된다. 1년에 총 몇 개 경주를 시행할 것인지 며칠 동안 할 것인지 등 1년 계획이 발표된다. 연간 계획에 따라 월별로 1개월간의 구체적인 경주편성 계획이 완성된다. 마주 조교사 관리사 등은 이런 계획에 따라 어떤 경주마를 출전시킬 것인지 결정하게 되고 패턴에 맞춰 경주마의 훈련도 실시한다. 보통 1주일 단위로 시행시스템이 이뤄진다. 수요일에 출전신청을 받고 목요일부터 편의점을 비롯하여 전국에 경마정보지가 배포된다. 온라인을 통한 정보제공도 함께 이뤄진다. 경마팬들은 정보를 취합하여 경주마 능력 70%, 기수(선수) 기승술 30%를 기본으로 100 여 가지가 넘는 우승요인을 분석한다. 그리고 최종 판단으로 우승예상마를 골라낸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경마가 창출되며 경마팬은 분석과 추리의 결과물로 마권 구입에 참여한다. 경주마의 생산이라는 1차산업부터 시작하여 소위 지식정보산업이라는 4차산업까지 아우르는 복합산업이다. 경주시행 자체는 질좋은 경주마를 가려 내어 생산에 재투입하기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어느 한부분이라도 잘못되면 레이스가 성립되지 못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한국마사회는 `세월호 침몰 애도`를 이유로 4월20일 일요일 모든 준비가 완료된 경주를 전면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전국 3개의 경마공원과 29개 장외발매소에서 생계를 유지하던 매점이며 음식점들은 졸지에 준비한 재료들을 모두 버려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경마정보지 발행사들도 일요일자를 발행하여 전국에 배포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대게 영세업체들인 경마정보지 발행사들은 엄청난 경영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마주들도 힘들어했다. 정성들여 경주마 관리와 훈련을 시켜온 조교사 기수 관리사들도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전 국민이 애도의 물결에 휩싸인 상황에서 경마를 시행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행성의 강도가 경마보다 훨씬 높은 복권이나 스포츠토토 카지노는 정상영업을 하고 사행성이 거의 없는 경마는 즉각 취소하는 아이러니가 생겼다. 경마의 본질과 시스템을 깡그리 무시하는 결정이었다. 경마의 본질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이런 섣부른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더군다나 한국마사회는 ‘고객제일주의’를 부르짖지 않았던가!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은 장관도 아니고 대통령도 아니지않은가! 경마팬인 고객이 월급주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고객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결정을 내린 한국마사회를 이해할 수 없다.

경마 취소만이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경마의 본질과 시스템을 고려하여 `특별 애도 경주`를 편성하여 시행하고 여기서 생긴 수익금을 사회에 기부했으면 어땠을까? 그러면 경마에 참여하는 경마팬들도 자연스럽게 애도에 동참하고 보람도 함께 공유할 수 있지 않았을까? `세월호 침몰`로 대한민국이 비통에 잠겨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국민은 각자의 위치에서 더욱 충실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지 않을까? 오히려 희생자들의 몫까지 살아 내야 하지 않을까? 비통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에게 삼가 조의를 표한다. 아울러 모든 국가시스템이 정상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진실로 행복해지기를 소망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