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났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는 아름다워야할 권리가 있다. 꽃이기 때문이다. 나를 대신하여 국가를 운영할 사람을 뽑는 일인 만큼 모든 국민들에게는 선거 때만 되면 설렘과 기대감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경마와 선거는 아주 흡사한 점이 많다. 경마도 결과에 관계없이 수많은 사람들을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차게 한다. 선거에서 자신이 선택한 인물이 당선이 될 경우 설렘과 기대감은 배가된다. 그러나 자신이 선택한 인물이 낙마할 경우 실망감은 그만큼 더 커지지만 다음 선거를 기대하게 만든다. 경마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선택한 경주마와 기수가 우승할 경우 두둑한 배당금과 함께 기쁨을 느끼게 한다. 또한 적중하지 못할 경우에는 다음에는 꼭 적중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을 제공한다.

실제로 많은 선거용어 들이 경마에서 비롯되었다. 투표는 경주 출전신청을 하는 ‘출마투표’가 있으며 우승마를 선정하는 ‘승마투표’가 있다. 포괄적으로 입후보를 뜻하는 ‘출마’, 탈락을 일컫는 ‘낙마’, 1위 후보에 맞서는 ‘대항마’ 따위의 용어도 경마에서 비롯했다. 뿐만아니다. ‘경합’은 레이스에서의 치열한 다툼을 뜻한다.

그러나 경마의 본질을 왜곡하여 폄훼하는 용어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독특하게 쓰고 있는 ‘경마식 보도’ 또는 ‘경마저널리즘’이라는 용어인데 이는 ‘아니면 말고’의 폭로성 보도를 일컫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완전히 잘못된 용어이다. 선거 결과에도 항상 원인과 이유가 있듯이 경마 결과도 항상 원인과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일부 언론인이 이런 용어를 자주 사용하다보니 어느덧 굳어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경마에선 기수가 아무리 출중해도 말이 시원치 않으면 우승이 어렵다. ‘마칠인삼’(馬七人三), 경마의 승부가 말의 능력 70%와 기수의 능력 30%로 결정됨을 이르는 용어다. 선거에선 후보가 뛰어나도 속한 당이 유권자의 외면을 받으면 당선되기 어렵다. 정당은 말, 후보는 기수이기 때문이다.

경마팬에게 경마의 목적은 우승마를 골라내 적중시키는 것이다. 선택의 기준은 어떤 경주마가 더 빠른가이다. 유권자가 투표를 통해 얻고자 하는 선거에서는 정치적 결정에 자신의 이해관계를 반영시키는 것이다. 선택의 기준은 ‘대변’이다. 누군가 나의 처지를, 나의 이익을 대변해줄 사람을 뽑는 게 민주주의에서 투표의 본질이다. 개개인의 이런 이기적 투표에 의해 민주주의는 소수 특권층이 아닌 대다수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건강한 체계로 작동하게 된다.

문제는 나를 대변해줄 사람이 누군지 그걸 고르는 게 쉽지 않다는 거다. 투표할 때 당 보고 찍느냐, 인물 보고 찍느냐 하는 건 오랜 논쟁의 소재였다. 정당들도 유불리에 따라 정당투표를 주문하기도 하고 인물투표를 요구하기도 한다.

선거는 정당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내놓고 경쟁하는 과정이다. 19대 국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정치적 결정은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에 관한 것이다. 이 문제가 절박하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라면 투표할 때 후보보다 정당을 선택 기준으로 삼는 게 효율적이라고 봐야 한다. 정당이라는 레일이 깔리지 않은 곳에서 후보라는 기관차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당칠인삼’, 정치에서는 당이 70%, 인물이 30%다. 경마에서의 ‘마칠인삼’과 똑같은 것이다.

경마와 선거는 시작에서 끝까지 모든 과정이 아주 흡사하다. 경마와 선거는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공정하면 축제가 되고 공정하지 못하면 부정과 비리로 얼룩지는 속성이 있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