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FSH, 전 세계 66개의 승용마 혈통서의 국제 조직
각 혈통서와 말들의 순위 발표하며 경쟁 이끌어

말 산업의 기본은 말(馬)이다. 경마든 승마든 말과 함께 하는 모든 스포츠는 좋은 말을 키워내는 데에서 시작한다. 현재 전 세계의 승마 스포츠는 웜블러드(Warmblood) 종의 말들이 지배하고 있으며, 유럽과 북미의 승마 선진국들은 더 좋은 승용마를 생산하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이 웜블러드의 생산의 중심에는 WBFSH(World Breeding Federation for Sport Horses)라는 조직이 있다.
WBFSH(회장:Jan Pedersen, Denmark)는 전세계 승용마 혈통서(Studbook)의 국제 연맹이다. 이 단체는 소속 구성원 들의 혈통서 및 승용마 생산에 대한 공통의 관심을 대리하는 역할을 한다. 즉, 전 세계의 승용마 생산자들과 국제승마연맹(FEI : International Equestrian Federation)과의 연결 매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단체는 1994년에 25개 혈통서의 회원자격과 함께 독일 베를린에서 출범되었고, 2011년 현재 30여 국가의 66개의 조직이 가입되어 있다. 한편, WBFSH의 창설에 영국의 앤 공주가 큰 역할을 하였고, 현재는 덴마크의 베네딕테 공주가 후원자로 활동하고 있다. 베네딕테 공주는 그 자신이 그랑프리 마장마술 우승마를 키워낸 생산자이며, 딸인 나탈리 공주는 올림픽 마장마술에서 동메달을 딴 승마 선수라고 한다. 유럽에서 승마와 말 산업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일면이다.
WBFSH에는 각 품종의 승용마 생산 및 혈통을 관리하는 전 세계의 혈통서 조직이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예를 들면, 네덜란드 웜블러드(Dutch Warmblood) 종의 KWPN(Koninklijk Warmbloed Paardenstamboek Nederland), 하노버(Hanoverian) 종의 HANN(Hannoveraner Verband e.V.) 등이다. 세계 최고의 승마 대국인 독일은 무려 13개의 혈통서가 가입되어 있어, 이 나라의 말 산업 규모와 열정을 짐작하게 한다. 각 혈통서는 각각의 생산과 경매 시스템을 갖고 있으며, 매년 씨수말 선발 (Stallion Licensing) 행사를 개최하여 경쟁력 있는 수말들을 씨수말로 등록하는데, 특히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유명 혈통서의 씨수말 행사(Stallion Show)는 전 세계의 말 산업 관계자들이 모이는 큰 이벤트가 된다. 이 행사에는 승마의 주요 종목인 마장마술(dressage), 장애물(jumping) 별로 씨수말을 선발하며, 각종 승마 대회 및 승용마 경매가 부가 행사로 함께 진행되기도 한다. 지난 해 2월 열린 네덜란드 KWPN의 Stallion Show에는 매일 수만 명의 관람객과 함께 씨수말 선정 경기의 TV 중계도 이루어졌다고 하니, 우리로서는 아직 먼 나라의 이야기이다.
한편, WBFSH에서는 올림픽 종목인 마장마술과 장애물, 그리고 종합마술(eventing)을 대상으로 매년 각 혈통서와 개별 마필의 순위를 발표하며, 자마들의 각종 대회 성적을 집계한 씨수말 순위도 공개한다. 2010년 혈통서 순위를 보면, 마장마술과 장애물에서는 KWPN 소속의 네덜란드 웜블러드의 활약이 두드러져 두 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종합마술에서는 독일의 HANN이 1위를 차지했다. 씨수말 부문에서는, 마장마술의 Jazz(네덜란드 웜블러드), 장애물의 Darco(벨기에 웜블러드), 종합마술의 Heraldik(서러브렛)이 각각 1위에 올랐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러브렛(Thoroughbred) 경주마의 생산과 혈통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고, 좋은 경주마를 생산하려는 관계자들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승마용 말에 대한 생산기반은 아직 전무한 실정이다. 말산업육성법 제정 및 승마 보급에 따라 관련 산업의 발전이 예상되고 있지만, 좋은 말을 생산하는 인프라 구축이 함께 하지 않는다면 말 산업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힘든 목표가 될 것이다.

이승열 기자 wanggo@krj.co.kr

이승열 wang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