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적 ‘Bodemeister’ 목 차이로 제치고 극적인 2관 달성
마지막 관문 벨몬트스테익스 우승시 34년 만에 삼관마 탄생

“You Have Another!”(또 한번 해냈다)
켄터키더비 우승마 I’ll Have Another가 삼관경주 2번째 관문마저 돌파하며, 트리플크라운 달성에 성큼 다가섰다.
우리시간으로 지난 20일 열린 제137회 프리크니스 스테익스에서 I’ll Have Another는 난적 Bodemeister을 상대로 목 차이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대망의 2관 달성을 이루었다. 북미 2관마의 탄생은 2008년 ‘BIG BROWN’에 이어 4년 만의 일이다.
이날 경기에서 선행으로 경주를 주도한 라이벌 Bodemeister를 의식한 듯 빠르게 선입권에 가담한 I’ll Have Another는 결승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끝내 경기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2주 전 더비에서 추입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I’ll Have Another는 경주거리가 100M 줄어든 이번 대회에서 Bodemeister을 겨냥해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한 작전이 주효했다.
반면, Bodemeister는 초반 6F 통과타임 1:09.8로 주파하며 맹렬한 하이페이스로 추격을 따돌리려 했으나 또다시 발목을 잡히며 2연속 준우승에 머물고 말았다.
I’ll Have Another는 이번 대회 우승상금 60만 불을 더해 통산 수득상금 $2,693,600, 7전 5승째를 기록하게 되었다.
알려진 대로 지난해 4월 OBS경매에서 낙찰가 3만5천불에 불과했던 I’ll Have Another가 최대 난관으로 예상되었던 프리크니스 스테익스 마저 우승을 차지하자 북미 대륙은 그 어느 때보다 3관마 탄생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만약 I’ll Have Another가 삼관달성에 성공한다면 1978년 ‘AFFIRMED’ 이래 무려 34년 만에 북미 삼관마가 탄생하는 셈이다.
이제 마지막 남은 삼관경주로 오는10일(우리시간) 열리는 벨몬트 스테익스(GⅠ, 2400M)를 남겨둔 가운데 I’ll Have Another에게 호재는 가득하다.
북미 삼관경주 중 가장 긴 거리로 펼쳐지는 벨몬트 스테익스는 장거리 즉, 스테미너 혈통을 요구한다. 전체적으로 I’ll Have Another의 혈통에는 Sadler`s Wells, Vaguely Noble, Roberto, Pleasant Tap, Sea-Bird 등 중후한 스테미너 혈통이 지나칠(?) 정도로 담겨 있어 켄터키 더비와 프리크니스에 비해 벨몬트의 경주거리가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I’ll Have Another의 부마 ‘FLOWER ALLEY’는 현역시절 트래버스 스테익스(GⅠ)우승, 브리더즈컵 클래식 준우승 등을 기록하고 씨수말로 전향한 후 초년도 생산마 ‘Lilacs and Lace’가 아슈란드 스테익스(G1) 우승을, 그리고 2년차 자마인 I’ll Have Another가 올해 2관에 오르며 2년 연속 챔피언마를 배출하고 있다. 올해 교배료는 7,500불이지만 내년에는 최소 4만불 선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모마 ‘ARCH’S GAL EDITH’는 현역시절 1전1승을 기록했으며, 그녀의 부마 ARCH의 대표자마로는 2010년 브리더즈컵 클래식에서 ZENYATTA의 20연승을 저지한 우승마 BLAME이 있다.
또한 현지에서는 I’ll Have Another와 Bodemeister의 대결 양상을 1978년 삼관경주와 유사한 라이벌 전으로 평하면서 “역사의 반복”이라는 측면에서 삼관마 탄생이 눈앞에 온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역대 삼관경주 가운데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는 1978년 AFFIRMED와 ALYDAR의 대결은, 당시 더비에서 ‘1과1/4마신 차’, 프리크니스에서 ‘목 차’로 AFFIRMED가 승리하며 그해 삼관을 달성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간의 도착차는 올해 I’ll Have Another와 Bodemeister가 보인 것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는 것. 또한 I’ll Have Another의 주전 마리오 구티에레즈 기수와 1978년 AFFIRMED의 스티브 코센(Steve Cauthen)기수와의 유사성도 언급하고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를 거쳐 지난해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구티에레즈 기수는 올해 25세에 불과하지만, 나이답지 않은 노련한 경주운영이 돋보인다. 이 점에서 코센 기수 역시 당시 약관 18세의 나이로 과감한 경주운영을 통해 삼관 기수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이 나란히 삼관경주 처녀출전이란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라이벌들의 중도하차 역시 I’ll Have Another에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2번의 삼관경주를 통해 명승부를 연출한 Bodemeister를 비롯해 프리크니스 3위마 Creative Cause가 벨몬트 출전포기 의사를 밝혔다. 프리크니스 스테익스를 건너뛰고 벨몬트를 준비해온 Union Rags, 밥 베퍼트의 비밀병기 Paynter 등이 이들을 대체할 상대마로 꼽히고 있으나 객관적 전력에선 분명 열세다.
하지만, 이 같은 호재에도 불구하고 역시 삼관마 탄생 여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1978년 이래 지금까지 켄터키더비와 프리크니스 스테익스를 우승하고도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한 경주마는 모두 11두다. 1998년 ‘REAL QUIET’의 코 차 패배, 역대 최강이라 평가받던 2004년 ‘SMARTY JONES’도 결국 마지막 관문인 벨몬트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벨몬트를 ‘마의 벽’이라 부르는 이유도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최장거리를 뛰어야 하는 부담과 함께 3주(週)의 짧은 출전주기가 체력적으로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한편 올해 프리크니스 스테익스는 입장객수 집계 결과 121,309명을 기록, 켄터키더비에 이어 또다시 역대 최다 관중기록을 갈아 치웠다. 벨몬트 스테익스 주최 측은 삼관마 탄생을 지켜보기 위해 12만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최다 관중동원 기록 경신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심호근 기자 keunee1201@krj.co.kr


<제137회 프리크니스 스테익스(GⅠ, 1900M, 총상금 $100만) 경주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