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 차파 기수, 경주 중 전기충격기 쥔 사진 찍혀 일파만파
텍사스 경마협회 기승정지 5년 및 25000달러 벌금형 구형

꽃마차를 끌던 말들이 가혹하게 구타당하는 동영상을 기억할 것이다. 일대 파란을 몰고 온 이 사건으로 대한민국은 그동안 관심 밖에 있었던 말의 권익과 복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연처럼 현재 북미에서도 경주 중 말 학대 사건이 발생해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경마 경주 도중 말에게 전기 충격기를 사용했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발생 당일부터 지금까지 경마 사이트는 물론 美 일간지 주요면을 장식하며 화제에 오르는 중이다. 분개한 네티즌들은 자신의 SNS를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한 분개를 표했고, 수백 건의 댓글이 이어졌다.
문제의 사건은 1월로 거슬러간다. 1월 17일(이하 현지시각) 텍사스 주(州)의 샘 휴스턴 경마장에서는 총상금 50,000달러가 걸린 리차드 킹 스테익스가 열렸다. 2014년 우승마 ‘콰이트악셀레이션’(Quiet Acceleration)은 ½마신 차로 짜릿한 우승을 차지했고 기승하고 있던 로만 차파 기수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려 기쁨을 만끽했다. 주로 전문 사진작가였던 잭 코디는 언제나처럼 경주 모습을 촬영한 후 바로 당일, 관련 사진들을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바로 하루 뒤인 18일, 잭 코디 작가는 로만 차파 기수로부터 결승선 부근에서 촬영된 사진을 내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유는 단지 ‘사진이 별로라서’였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마팬과 관계자들은 해당 사진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해냈다. 고삐를 잡고 있는 로만 차파 기수의 왼손에 알 수 없는 물체가 들려있었던 것. 진실을 묻기 위해 찾아온 관계자 및 기자들에게 로만 차파 기수는 해당 사진을 처음 본다고 일축했다. 또한 그는 “이 사진은 합성된 것임에 틀림없다. 누군가가 나를 모함하기 위해 꾸민 일이다.”고 주장했다.
19일, 텍사스 경마협회는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로만 차파 기수에게 기승정지 처분을 내렸다. 약 1개월여의 수사기간을 가지며 로만 차파 기수가 쥐고 있던 물체는 전기충격기임이 밝혀졌다. 2월 27일, 최종적으로 5년 간의 기승정지와 25,000달러의 벌금형이 구형됐다. 판결에 따르면 로만 차파 기수는 경주에 불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고, 말에게 야만적인 대우를 가한 것 등을 포함해 텍사스 경마 규칙을 총 4개 위반했다고 한다.
경마협의회법상 관계자 개인에게는 최대 5년까지만 기승정지 기간을 부여할 수 있다. 죄목에 비해 구형 기간이 너무 짧은 것이 아니냐는 팬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으나, 이번 판결은 사실상 영구적인 기승정지를 당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로만 차파 기수는 이 전에도 이와 같은 사건으로 기승정지를 당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로만 차파 기수는 두 번의 기승정지를 당한 바 있었다. 1994년 당시 말을 손톱으로 찔러 추진을 유도했다는 것이 드러나 약 9개월 간 기승을 정지당했던 로만 차파 기수는 2007년, 뉴멕시코 주(州)에서도 전기 충격 기구를 사용해 5년 간의 기승정지를 받은 바 있다. 현재 43세의 로만 차파가 5년 뒤에도 말을 탈 수 있는 체력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 앞서, 이와 같은 부정적 전과가 있는 한 또 다시 면허를 취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SNS 등의 힘을 입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기에, 다른 주로 이동해 먼허를 획득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콰이트악셀레이션’의 조교사이자 마주 겸 생산자인 데니 피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로만 차파 기수는 평소 데니 피쉬의 말로 수 차례 우승을 거뒀던 이력이 있기에 더욱 큰 배신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데니 피쉬는 “30년 가량 이곳에서 몸 담으며 전기 충격기를 사용한 사건은 처음 있는 일이라 믿기지가 않는다.”며 “6세마에게 이러한 끔찍한 행동을 햇다는 것에 더욱 충격을 받았다. 이 말은 탄생부터 지금까지 평생을 함께 해온 말이다.”며 분개했다.

조지영 기자 llspongell@krj.co.kr

조지영 llspongell@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