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회의 혈통경마(16) - 제2의 ‘만석꾼’이 탄생할까?

제2회 코리안더비 우승마인 ‘만석꾼’(부:‘피어슬리’)의 모마 ‘컴플리케이션’이 또 다시 ‘피어슬리’와 교배해 제2의 ‘만석꾼’의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씨암말 ‘컴플리케이션’은 ‘물오름’(부:‘글로리화이’), ‘제일강자’(부:‘사일런트워리어’) 등 해마다 우수한 자마들을 배출하고 있는 기대가 많은 씨암말. 그러나 지난해 데뷔한 ‘대평정’(부:‘프로포슈어’)의 생각 외의 부진, 그리고 ‘피어슬리’와의 교배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보면 ‘성공한 혈통’에 대한 집착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특히 ‘컴플리케이션’은 지난 2000년에도 ‘피어슬리’와 교배해 유산을 하며 한 번의 실패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피어슬리’와 교배하는 생산자의 집착을 보이기도 했다.
국내에도 이렇게 부모가 똑같은 경주마(이것을 전형제마라고 한다)가 몇 두 있다. ‘청춘’(부:‘피어슬리’)의 전형제마 ‘부평사랑’, ‘비호돌이’(부:‘피어슬리’)의 전형제마 ‘비호장군’ 등이 그들인데, 사실 “형 만한 아우 없다”고 모두 실패작들이었다. 2000년 그랑프리 우승마 ‘즐거운파티’(부:‘빅서’)의 모마 ‘파티페인트’도 다시 ‘빅서’와 교배했으나 유산했고, 장기간 최고의 활약을 보인 ‘우먼’(부:‘킹스뷰우’)의 모마 `중전`도 다시 ‘킹스뷰우’와 교배했으나 생산에 실패한바 있다.
또한 국내에 씨수말로 활약중인 ‘피어슬리’는 ‘Furiously’라는 ‘피어슬리’의 1년 형이 있었는데, 23전 8승(G1-1승)의 호성적을 거둔 것을 비롯해 교배성적에서도 ‘피어슬리’보다 뛰어나 미국 현지에서 5,000$의 교배료를 받고 씨수말 생활을 하고 있다.
사실 이런 생각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생산자들은 이미 성공한 혈통을 다시 고집함으로써 손쉽게 ‘대어’를 낚기를 원하고, 그러한 생각이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결과가 좋은 사례는 거의 찾을 수가 없다. 또한 예전에는 성공한 혈통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인해서 수많은 명 씨수말이 소리 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만석꾼’과 마찬가지로 ‘피어슬리’와 ‘컴플리케이션’ 사이에 태어난 자마는 지난 3월30일 중앙목장에서 태어나, 지금 한참 자라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지난호에서 밝힌바와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 수말에 우성을 가진 ‘피어슬리’의 자마인 만큼, 수말이라면 좀 더 기대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다행히 성별도 수말이라고 한다. 신의 선택에 의해 일단은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결코 ‘만석꾼’과 같은 좋은 성적을 거두리라 장담할 수는 없다.
인간은 이미 성공했던 선택으로 인해서 손쉽게 좋은 결과를 원하지만, 신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 사례가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산의 길은 어렵고도 험한 길인지도 모르겠다.



작 성 자 : 김중회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