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부상으로 인해 재기가 의심스럽던 ‘티즈나우’(Tiznow)가 부상과 실패를 극복하고 브리더즈컵 클래식에서 극적인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감동적인 우승이었고, 명마 탄생을 위해서 마주, 조교사, 관리원 등의 헌신적인 노력이 뒤따른 결과였기 때문에 충분히 박수를 처 줄만하다. 그러나 지극히 상업적인 미국인들의 속성을 봤을 때, ‘티즈나우’가 그렇게까지 힘들게 재기하는데는 “뭔가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에 의문을 던져본다. 2백만불에 이르는 우승 상금과 명예 때문에…?? 물론 그 이유도 있겠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것보다는 씨수말로의 몸값 올리기 때문에 힘들게 재기를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만약 우승 상금과 명예 때문이라면 2002년도 브리더즈컵 클래식을 포기하고 씨수말로 돌아선 것을 설명할 수 없다.
우리와는 사정이 다른 이야기지만, 보통 미국에서는 캔터키더비나 브리더즈컵 클래식 등, 최고의 경마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그 길로 씨수말로 진로가 변경된다. 연승 가도를 달려서 경주마로 이름을 날리는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는 한 마리당 수만불에 이르는 종부료라는 ‘달콤한 유혹’에 대부분 넘어간다. 욕심을 부리고 다른 대회에 출전시켰다가 우승에라도 실패하면, 실추된 명예도 문제지만 땅에 떨어진 종부료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캔터기더비 우승마인 ‘후세이치페가수스’도 올해 삼관경주중 2관왕을 차지한 ‘포인트기븐’도 이 달콤한 유혹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티즈나우’는 사정이 달랐다. 바로 ‘후세이치페가수스’나 ‘포인트기븐’이 잘나가는 혈통의 후예들이었던 것에 비해서, ‘티즈나우’는 미국에서 인정받지 못한 비주류 혈통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티즈나우’가 2000년 브리더즈컵 우승후 바로 씨수말로 데뷔했다면, 종부료 1만불도 받기 힘든 2류 씨수말로 시작할 가능성이 높았다. 더욱이 ‘티즈나우’는 2000년 브리더즈컵에서 근소한 코차이로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 우연이라고 치부하는 경마 관계자들이 많았던 점도 ‘티즈나우’로선 악조건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즈나우’의 자마들이 일류 성적을 올리며 미국 경마계를 떠들썩하게 만들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처음부터 일류 씨암말과 교배하는 다른 씨수말에 비해서 불리한 조건을 견뎌 내야하고, 최소한 자마들이 뛰기 시작할 기간인 3년이 지나야만 입증이 된다. 또한 종부료의 상승도 그 기간 동안 기대할 수 없다.
결국 ‘티즈나우’는 씨수말로 정상적인 몸값을 받기 위해서 모험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럼 힘겨운 모험 끝에 얻어낸 결실임에도 불구하고, ‘티즈나우’의 종부료는 3만불 선에서 결정됐다고 한다. ‘포인트기븐’에 비하면 고작 1/4 수준이지만, ‘티즈나우’의 부마 ‘시즈티지’(Cee’s Tizzy)의 종부료가 현재 1만5천불임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높은 수준임에 틀림없다. 결국 ‘티즈나우’는 모험에 성공했고, 자신의 몸값을 3배 이상 올린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모험 끝에, 돈도 명예도 그리고 미래도 보장받은 것이다.



작 성 자 : 김중회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