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 시대를 풍미한 ‘자당’의 은퇴 소식은 모든 경마팬들을 씁쓸하게 한 것 같다. 또한 은퇴전이 됐던 지난주 경주에서 보여준 ‘자당’의 종반 무기력한 모습을 보며, 많은 경마팬들이 무척 아쉬워했을 것이다.
한 경마팬은 “그래도 한 시대를 대표한 경주마가 은퇴식도 없이 그렇게 떠나갈 수 있느냐?”며 아쉬워하기도 했고, 또 다른 경마팬은 “이왕 씨암말로 가기로 결정됐다면, 비슷하게 씨수말로 진로를 바꾼 ‘울프사일런서’와 교배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그럴듯한 제안을 하기도 했다.
국산마 생산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 과천벌에서 난다긴다하던 명 암말들이 씨암말로 진로를 바꾼 사례는 최근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명 암말들의 자마가 거둔 성적은 생각만큼 화려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13전12승을 거두며, 더 이상 적수가 없다는 이유로 강제 은퇴 당한 과천벌 최고의 명마 ‘가속도’다. ‘가속도’는 자신의 명성답게 능력 있는 경주마들을 거듭 배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재까지 배출한 4마리의 자마들 봤을 때 그러한 기대는 이미 무너진지 오래다. 또한 ‘조흥백년’, ‘금맥’, ‘천광’ 등 여타 명 암말들의 자마들도 아직까지 성공한 사례는 없다.
이것은 비단 국내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선진경마국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일. 물론 우리나라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이유에 대해서 분석해본다면 우리나라에 수입된 외국산 경주마중 일류혈통의 경주마보단 이류혈통의 경주마가 더 성적이 좋다는데서 시작한다. 우수한 혈통의 경주마가 국내로 보내지는 경우는 마체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주마로서 크게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서, 혈통은 뛰어나지 않지만 마체는 튼튼한 경주마가 더 실전 성적에서는 우수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당’은 지난해 씨암말로 용도 변경된 ‘공로자’와 마찬가지로 순수하게 국내에서 생산한 경주마였기 때문에 사정은 좀 달라질 것으로 보여져, 기대치를 좀 높일 수 있다.
혈통적으로 봤을 때 ‘자당’은 국내에서 최고의 씨수말로 꼽히는 ‘디디미’의 자마로 모계는 미국에서 최고 번영혈통인 ‘Bold Ruler’(미국 리딩사이어 8회) 계열이다. 물론 ‘Bold Ruler’ 계열중에서는 다소 번영하지 못한 계통이지만, 전반적으로는 스피드가 좋은 혈통으로 분석된다.
한편 ‘자당’과 궁합이 맞는 씨수말을 살펴본다면, 일단 ‘자당’의 부마인 ‘디디미’가 ‘Northern Dancer’의 2X4 근친인 만큼 ‘Northern Dancer’ 계열은 피하는 것이 좋을 전망이다. 특히 ‘디디미’나 ‘해피째즈밴드’는 더욱 그렇다. 전혀 다른 혈통중에서는 ‘퓨처퀘스트’나 ‘샤프어필’을 볼 수 있겠고, 스테미너 보강을 위해선 ‘사일런트워리어’나 ‘더그룸이즈레드’ 정도도 괜찮을 것으로 보여진다.
과연 ‘자당’이 씨암말로도 성공할 수 있을지 지금은 속단하기 이르다. 그러나 국내 경주 환경에 맞는 질주습성을 지닌 ‘자당’의 실전 성적을 봤을 때, 기대치가 높아지지 않을까 예측해본다.



작 성 자 : 김중회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