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회의 혈통경마(33) - ‘피어슬리’를 해부하자!(6)

‘피어슬리’를 분석하면서 또 하나 빠뜨리지 말아야할 씨수말이 바로 ‘피어슬리’의 전형제마(부마, 모마가 똑같음)인 ‘퓨리어슬리’(Furiously)에 대한 이해다.
‘피어슬리’를 해부하자를 연재하면서 빠지지 않고 주장했던 것이 수말 우세였던데 비해서, ‘피어슬리’의 전형제마로 지금 미국에서 씨수말로 활약하고 있는 ‘퓨리어슬리’의 자마들을 살펴보면 특이하게도 수말보다 암말이 우세하다. 암말이나 수말이나 능력 편차가 거의 없는 국내경마에 비해서 외국 선진국이 절대적으로 수말이 우세하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것은 상당히 특이한 결과다. 암,수 능력 편차가 없는 국내에서도 ‘피어슬리’의 자마들은 수말이 우세했다면, 당연히 전형제마인 ‘퓨리어슬리’의 자마들도 수말이 절대 우세를 보여야 이치에 맞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먼저 이해를 돕기 위해서 ‘퓨리어슬리’와 그의 자마들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자. ‘퓨리어슬리’는 현지에서 23전8승2위2회의 성적을 거뒀고, G1경주 3위가 최고의 성적이다. 혈통은 ‘피어슬리’와 똑같기 때문에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겠고, 현지에서 교배료는 3,500$(Live Foal, 정상적인 자마가 생산됐을 때까지의 교배료)로 약4백만원 정도의 중하급 씨수말이다. 대표적인 자마를 살펴보면 ‘Grabngo’(96년생 암말, 5승, 스테익스 1승), ‘Golden Furiously’(96년생 수말, 8승, G2 2위), ‘Storm’s’(97년생 암말, 4승), ‘Ghocolate Crunch’(96년생 수말, 2승, 블랙타입 2위), ‘Lady Fury’(97년생 암말, 5승) 등으로 암말이 오히려 수말보다 우세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피어슬리’ 자마들은 수말이 우세한데 비해서, ‘퓨리어슬리’의 자마들은 암말이 우세할까?
몇 번의 설명과 같이 ‘피어슬리’는 모의 부(브루드메어)인 ‘Roberto’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수말이 우세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퓨리어슬리’는 반대로 부마 ‘Danzig’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암말이 오히려 우세하지 않을까 생각해볼 수 있다. 이것은 두 마리 씨수말의 모색을 분석해보면 좀 더 이해가 쉬워질 것 같다. 바로 ‘피어슬리’는 갈색이고, ‘퓨리어슬리’는 갈색보다 진한 흑갈색이다. 또한 두 마리의 부마 ‘Danzig’는 흑갈색이고, 모의 부 ‘Roberto’는 갈색에 가깝다. 이러한 두 씨수말의 모색을 추적해보면 ‘퓨리어슬리’는 부마 ‘Danzig’에게 유전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고, ‘피어슬리’는 브루드메어인 ‘Roberto’의 유전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분석할 수 있어 보인다. (물론 순전히 기자의 생각이다)
좀 더 정리해보자. 경주마의 경우 유전적으로 봤을 때, 암말은 씨수말의 영향이 크고 수말은 씨암말의 영향이 더 큰 편이다. 아직 씨수말의 수준을 씨암말이 따라가지 못하는 국내 생산을 봤을 때, 이런 이유로 국내 경마는 암말이 오히려 수말보다 우세한 경주마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추측할 수 있다. 물론 씨암말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내 경마도 머지않아 수말이 지배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피어슬리’의 수말 자마들도 브루드메어인 ‘Roberto’의 우성 유전으로 인해 지구력이 우수한 경주마가 많이 배출되는 것이고, ‘피어슬리’의 암말 자마들은 ‘Danzig’의 우성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큰 능력마가 배출되지 않았을까 하고 정리를 해본다.
다음호에서는 지금까지 분석을 토대로 앞으로가 기대되는 ‘피어슬리’의 2세 자마들을 살펴본다.



작 성 자 : 김중회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