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차, 목차로 대접전 끝에 우승 차지

경주거리 2200m, 모래주로로 펼쳐진 지난 2002년 제팬컵(G1)에서 아일랜드산 경주마인 ‘펠브럽’(Falbrav, 4세, 수)이 2분12초2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분12초2의 기록이라면, 국내 경마의 2000m 수준이니 간접적으로 비교해도 우리 경마 수준이 얼마나 떨어지는 지를 알 수 있다.
어쨌든 끝까지 손에 땀을 쥐는 접전이 이어졌던 이날 경주에서 ‘펠브럽’은 경쟁자인 ‘사라판’(Sarafan, 미국)과 ‘심보리크리스’(Symboli Kris.S, 일본)를 각각 코차, 목차로 근소하게 제압하면서 제팬컵 우승마로 떠오른 것. 또한 ‘펠브럽’에 기승한 프랭크데토리(Frankie Dettori) 기수는 전날 제팬컵 더트에서 ‘이글카페’(Eagle Cafe)로 우승을 차지한 것에 이어서 메인 경주 격인 제팬컵 터프까지 우승을 차지해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쥐게됐다.
우승마인 ‘펠브럽’은 아일랜드에서 G1경주 2승(Gran Premio di Milano 2400m Turf, Premio Presidente della Repubblica 2000m Turf)을 차지했던 능력 있는 경주마임에는 틀림없으나, 이번 제팬컵에서 우승까지는 기대하기 어려웠고 우승확률도 고작 1/14에 지나지 않는 비인기마였다.
‘펠브럽’의 부마 ‘페어리킹’(Fairy King)은 ‘노던댄서’(Northern Dancer)의 자마로 현역시절 한 번의 경주 이후 바로 씨수말로 데뷔한 마필이다. 이전까지 대표자마로는 아일랜드산인 ‘써슬아일랜드’(Turtle Island)로 단거리 G1-2승(1200m, 1600m)을 차지했다. 국내에도 자마가 있었는데, ‘별주부’(호주산, 14전3승2위3회)와 ‘금아다’(아일랜드산, 9전0승0회)로 이렇다할 성적은 올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씨수말로 명성을 날려 96년에는 프랑스 리딩사이어에 올랐고, 99년에는 영국 리딩사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편 ‘펠브럽’의 브루드메어인 ‘슬루피’(Slewpy)는 ‘시애틀스루’(Settle Slew)의 자마로 G1-2승(1700m, 2000m)을 비롯해 블랙타입 5승을 거둔 우수마였다. 그러나 ‘슬루피’는 씨수말로 단거리 G1경주 우승 자마 1두를 배출하긴 했으나 큰 활약을 한 자마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슬루피’는 국내 씨암말인 ‘소시슬루’의 부마이기도 한데, ‘소시슬루’의 대표적인 자마로는 ‘광채’(4세, 12전4승3회)가 있다.
‘펠브럽’의 부마 ‘페어리킹’은 비록 장거리보단 단거리 우수마를 많이 배출했으나 대체적으로 우수한 자마를 많이 배출했고, ‘펠브럽’의 모의 부 ‘슬루피’는 씨수말로는 큰 활약을 하지 못했지만 거리적성이 길어 ‘페어리킹’과 좋은 궁합을 보여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같이 ‘노던댄서’계열과 ‘시애틀스루’의 만남은 현대 경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혈통 패턴으로 국내 경마에도 이리한 패턴의 경주마가 꽤 많은 편이다. 바로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광채’의 경우 부마 ‘해피째즈밴드’가 ‘노던댄서’의 손자로 제팬컵 우승마인 ‘펠브럽’과 비슷한 배열의 경주마다.




작 성 자 : 김중회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