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할 수 없는, 근친교배
근친교배란 어버이와 자식, 형제자매 등 혈연이 매우 가까운 근친간에 이루어지는 교배를 뜻한다. 이미 지난 호에서 밝혀 듯이 서러브렛의 혈통을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 3대 시조에서 만나기 때문에 경주마는 근친교배에서 시작됐다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근친교배는 피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근친교배의 피해는 이미 모든 동물들이 겪었고, 서러브렛의 세계 역시 심각한 근친교배로 인한 피해는 여러 번 나타났다. 1981년생인 ‘세인트사이몬’(St. Simon)은 영국 리딩사이어를 9회나 군림했을 정도로 서러브렛 혈통을 지배했지만, 지나친 근친교배의 피해로 현대 주류혈맥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국내에는 ‘퍼시픽바운티’가 유일하게 이 혈통이다) 또한 1946년 생인 ‘코로네이션’(Coronation, 암)이란 경주마는 프랑스 1000기니와 개선문상의 우승마로 명성을 날렸지만, 아버지와 외할아버지가 같은(2X2) 초 근친교배로 인해서 불임증에 걸리기도 했다. 이렇게 근친교배는 불임증과 기형아를 유발하기 때문에 멸종위기에 놓인 최악의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동물의 교배에서 피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밝힌 듯이 서러브렛의 세계는 어차피 3대 시조에서 모두 만나기 때문에, 근친에서 시작해서 근친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러한 근친교배를 어떻게 적절하게 활용하느냐가 서러브렛의 세계에서는 늘 숙제로 남는다.

- 기적의 혈량(3X4) 18.75이론
근친교배에서 가장 많이 활용됐던 이론은 이른바 기적의 혈량이라 불리는 3X4, 18.75이론이다.
이것은 쉽게 말해서 “어떤 한 마리의 씨수말 피를, 3대째와 4대째의 조상에게서 공유될 경우 (3×4)에 있어서, 우수한 경주마가 태어날 확률이 높다” 라는 이론이다. 왜 18.75%가 됐는지 계산법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1대째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반반인 혈량이니까 50%, 2대째는 4두 있으니까 4로 나누어 25%로 계산해 간다. 이 방법이라면, 3대째가 12.50%, 4대째가 6.25%로, 이것을 더한 수가 18.75%가 되는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18.75%란 이론이 먹힌 것은 특별한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오랜 세월 속에 얻어진 통계에서 산출된 결과일 뿐이다.
물론 지금도 오랜 관습대로 18.75% 이론으로 경주마를 생산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이론으로 더 이상의 명마가 탄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많이 쇠퇴한 이론이다.

- 경주 성적보단, 유전적 문제!
서러브렛의 근친교배에는 종종 뛰어난 우수마를 만들기도 하지만, 그 혈통이 자마들에게 이어가지 못한다는 폐단은 여러 번 지적됐다. 앞서 밝혔듯이 영국 리딩사이어에 9회나 오른 ‘세인트사이몬’은 지나친 근친교배로 인해 현재 주류혈맥에서 완전히 벗어났지만, 현대혈통의 선봉장 ‘노던댄서’는 적절히 근친교배를 피해나가 지금까지 최고의 혈통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현대 주류혈맥의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노던댄서’나 ‘미스터프로스펙트’, ‘나스룰라’ 등의 혈통도 살펴보면 모두 4대 이내에 근친이 없다. 결국 근친이 적은 씨수말이 자마들에게 우수한 혈통을 전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어차피 더 이상의 잡종교배가 있을 수 없는 서러브렛 세계는 이 근친교배를 적절하게 대처해 나가는 것이 살길일 수밖에 없다.



작 성 자 : 김중회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