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경마인의 관심을 모았던 2003년 브리더즈컵 클래식(2000m, G1)에서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한 ‘플레전트리퍼펙트’가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 최고의 경마대회로 꼽히는 브리더즈컵은 모두 8개의 경주가 펼쳐지며, 그중 최고의 관심경주는 총상금 400만$로 최고의 상금이 걸린 브리더즈컵 클래식이다. 그만큼 세계 최고의 경주마들이 이 클래식 우승을 목표로 출전했고, 우승만 차지한다면 경주마로서의 영예 이외에 높은 몸값의 씨수말로 활동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의 경주이기도 하다.
우승 다툼은 치열했고, 우승을 차지한 ‘플레전트리퍼펙트’는 2000m를 1분59초88에 주파해 역대 브리더즈컵 클래식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쾌거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당일 출전마 10두중 인기 순위 7위인 ‘플레전트리퍼펙트’의 입상으로 단승식 15.2배, 복승식 70배, 3쌍승식 831배, 4쌍승식 4931.4배라는 고액배당이 터졌다. 이번 우승으로 ‘플레전트리퍼펙트’는 13전6승2위2회를 기록했으며, 12전 동안에 거둔 총상금($ 869,800)보다도 훨씬 많은 2,000,000$의 상금을 추가했다.
‘플레전트리퍼펙트’는 부마 ‘플레전트콜로니’(Pleasant Colony)와 모마 ‘리걸스테이트’(Regal State)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마 ‘플레전트콜로니’는 지난 2002년 사망한 씨수말로 사망 직전까지 75,000$(약 9,000만원)의 교배료를 받았던 마필이다. 경주마 시절에는 캔터키더비와 프리크니스스테익스 우승 포함 14전6승2위3회(블랙타입 5승 2위 2회)를 기록했던 명마. 대표자마인 ‘플레전트탭’(Pleasant Tab)은 자키골드컵(2000m 모래, G1) 우승을 포함해 블랙타입 6승을 거뒀고, 현재 15,000$의 교배료로 씨수말로 활동중이다. ‘플레전트리콜로니’는 그 외에도 ‘데몬’(Demon), ‘콜로니얼어페어’(Colonial Affair) 등의 수많은 블랙타입 우승마를 배출해 지난 92년에는 미국 리딩사이어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의 부마
‘히이즈머제스티’(His Majesty) 역시 92년 미국 리딩사이어에 오른 씨수말로 전형적인 중장거리 혈통이다. 사실 이 혈통은 ‘리봇’(Ribot) 계열로 주류혈통은 아니지만, 주류혈통의 피를 완전히 벗어나기 때문에 주류혈통과의 교배에서 좋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히이즈머제스티’나 ‘플레전트콜로니’는 사이어(부계) 외에도 브루드메어(모계)에서 상당히 우수한 성적을 거둔 자마를 많이 배출하기도 했다.
한편 ‘플레전트리퍼펙트’의 외조부는 1978년 미국 삼관마인 ‘어펌드’(Affirmed)다. 총전적 29전22승2위5회, 블랙타입 19승이란 화려한 성적을 거둔 ‘어펌드’는 씨수말로는 의외로 실패해 지금은 많이 찾아보기 어려운 혈통이 됐다. 그러나 ‘어펌드’는 특이하게도 암말 자마에 우성을 보여 우수한 암말 자마를 많이 배출했고, 그런 이유로 그의 자마중에 한 두인 ‘리걸스테이트’(Regal State)도 씨암말로 우수한 자마를 배출한 것이 아닌가 분석되고 있다.
분명 ‘플레전트리퍼펙트’는 경주마로서는 이번 브리더즈컵 클래식 우승으로 대단한 성공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일류 성적을 가진 경주마들이 바로 씨수말처럼 곧바로 씨수말로 전업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5세라는 나이로 봤을 때는 다른 일류 씨수말에 비해서 결코 빠른 편이 아니지만 혈통으로 봤을 때, 씨수말로 높은 교배료를 받을 수 있다고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류 혈통을 지닌 올 해 벨몬트스테익스 우승마 ‘엠파이어메이커’(3세)는 곧바로 10만$이란 교배로로 씨수말로 활동할 수 있었지만, ‘플레전트리퍼펙트’는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주류혈통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플레전트리퍼펙트’는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티즈나우’(Tiz Now)가 그랬던 것처럼 내년 브리더즈컵 클래식을 목표로 경주마로 또 다시 훈련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작 성 자 : 김중회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