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에서는 ‘티즈나우’(Tiznow)의 전형제마 ‘티즈버드’(Tizbud)가 산타아니타 경마장에서 열린 캘리포니아컵 클래식(California Cup Classic) 에서 우승을 차지하며(본지 506호 보도),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2000년과 2001년에 걸쳐서 브리더즈컵 클래식 2연패를 차지한 ‘티즈나우’와 아빠와 엄마가 똑같고 성별까지 똑같이 수말 자마가, 그 형의 명성에 걸맞는 성적을 거뒀으니 당연히 관심을 모을만하다.
경주마는 혈통이 지배하는 세상이니, 우수한 경주 성적을 거둔 마필과 똑같은 혈통이라면 그만큼 관심을 모으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생산자들도 어렵지 않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전형제마다.
상당한 성공을 거둔 전형제마를 꼽으라면 ‘리봇’(Ribot)의 자마인 ‘히이즈머제스틱’(His Majesty)과 ‘그라스탁’(Graustark)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마리 모두 경주 성적에서 화려함은 없었지만, 씨수말로는 대단한 활약을 했던 마필이다. 형 ‘그라스탁’은 수년간 리딩브루드메어사이어 상위권을 기록했고, 동생 ‘히이즈머제스틱’도 미국 리딩사이어 1회를 비롯해 지금까지도 여러 자마들을 통해서 피를 이어가고 있는 우수 혈통이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전형제마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최고의 성적을 거둔 경주마가 똑같은 조합으로 생산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국내 최고 경주마중 한 두인‘쾌도난마’의 모마 ‘바톤카티지’가 이번에 ‘쾌도난마’와 똑같은 ‘디디미’ 사이에서 역시 똑같은 수말 자마를 올해 배출했고, 최고군까지 승군하며 활약했던 ‘합천’ 역시 똑같은 혈통의 전형제마가 올해 태어났다. 또한 코리안더비 우승마인 ‘만석꾼’ 역시 한번의 유산 아픔을 겪으면서도 다시 교배해 똑같은 혈통의 전형제마가 지난해에 태어나 지금 제주도 목장에서 육성중이다.
또한 ‘비호돌이’의 모마 ‘스프링타임래시’ 역시 이후 두 번이나 ‘피어슬리’와 교배해 두 마리나 똑같은 전형제마를 배출하기도 했다. 첫 번째 배출한 ‘비호장군’은 경주마로 뛰어보지도 못하고 퇴사했고, 두 번째 배출한 ‘선도군’의 경우 혈통적인 기대치 때문에 4,00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경매에 낙찰돼 현재 능력검사를 받고 경주 대기중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전형제마로 태어난 경주마들의 성적이 생각만큼 좋은 경우가 국내에는 없다는 점이다. ‘청춘’(부 ‘피어슬리’, 모 ‘신지도’)의 전형제마 ‘부평사랑’, ‘위하여’(부 ‘큐리아레기스’, 모 ‘연지곤지’)의 전형제마 ‘선봉여왕’ 등은 일단 실패작들로 꼽히고 있다. (필자가 다 찾아보지 않아서 또 다른 경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국내의 경우 혈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지 아직 몇 년이 되지 않았고, 전형제마 역시 그다지 수가 많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 통계를 가지고 전형제마가 성공했느니, 실패했느니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차피 혈통이란 것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라 다양한 실험 정신은 꼭 필요한 것으로 본다.
얼마전 본지와 인터뷰를 한 41조 이종구 조교사는 ‘부움’을 생산한 뉴질랜드 목장을 방문했다가, ‘부움’과 똑같은 혈통의 전형제마가 목장에서 뛰어 노는 것을 보고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기회만 된다면 그 경주마를 꼭 구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고. 물론 그 예비 경주마가 ‘부움’만큼 뛸지 안 뛸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만…
어차피 씨암말과 씨수말의 교배는 수많은 연구에 의한 인간의 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똑같은 선택이 똑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생산자들의 욕심이야 그렇지 않겠지만.
국내에도 앞으로 계속해서 일류 성적을 거둔 마필들의 동생들이 데뷔할 예정이니,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보는 것도 혈통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무척 흥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작 성 자 : 김중회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