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마 생산 20년의 역사 동안 최고의 경주마를 꼽으라면 역시 ‘새강자’(거, 7세)일 것이다. 지난 98년 9월 데뷔전을 치른 이레 15연승이라는 괴물 같은 기록을 세우기도 했고, 경마대회 7승에 그가 벌어들인 상금만 14억원에 달한다. 이미 7세의 나이로 전성기는 지났지만, 아직도 60kg을 넘나드는 부담중량을 짊어지고 최고의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니 한마디로 정말 대단한 경주마다.
한 시대를 풍미한 경주마이자 국산마 생산에 한 획을 그은 명마 ‘새강자’에게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첫째는 그가 거세마로 생산에 다시 투입될 수 없단 점이고, 둘째는 서러브렛계라 혈통 추적이 불가능하단 점일 게다.
‘새강자’의 부마는 잘 알려진 ‘피어슬리’이며, 모마는 ‘축제’이다.
부마 ‘피어슬리’의 혈통이야 대부분 잘 알 것 같아서 생략하고, 오늘은 모마 ‘축제’의 혈통에 대해서 좀 집어보도록 하자. 모마 ‘축제’는 86년 8월 뉴질랜드 생으로 현지에서 9전2위1회의 성적을 거두고, 지난 90년 8월 국내에 수입된 경주마다. 문제는 90년 당시 국내 경마가 혈통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던 시기였고, 그래서 혈통증명서가 없이도 국내에 수입될 수 있었단 점이다. 결국 ‘축제’에 대한 혈통은 당시 경주마 등록 증명서에 있는 부마와 모마에 대한 기록만 가지고 찾을 수밖에 없다.
‘축제’의 부마는 ‘누에이지디오르’(Nuage D’or)이며, 모마는 ‘린가디스’(Rhine Goddess)다. 이 마명만 가지고 ‘축제’의 혈통을 추적해 보도록 하자.
‘누에이지디오르’는 그 유명한 영국 3관마이자 ‘노던댄서’ 최고의 자마인 ‘니진스키’(Nijinsky)의 자마다. ‘누에이지디오르’는 미국에서 3전2위3회의 성적을 거두고 뉴질랜드에서 씨수말 생활을 했다. 사실 씨수말로의 ‘누에이지디오르’는 그다지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대표자마인 ‘댄싱로드’(Dancing Lord)가 G1경주(WRC Wellington Cup. 3200m)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그 외 자마들중 이렇다할 성적을 올린 경주마는 거의 눈에 띠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도 몇 두의 자마들을 수출했는데, 역시 이렇다할 성적을 거둔 경주마는 없었다. 그러나 ‘누에이지디오르’의 전형제마(부마, 모마가 같은 경주마)인 ‘골든프리스’(Golden Fleece)가 영국 엡섬더비(82년, G1, 4200m) 우승마였단 사실만 봐도, 이 혈통에 대한 잠재력은 충분히 높이 평가할 수 있을 듯 하다.
한편 ‘축제’의 모의 부 ‘린골드’(Rheingold)는 ‘나스룰라’ 계열로 블랙타입 7승 포함 17전9승을 거둔 명마다. 72년과 73년에는 영국과 프랑스에서 챔피언 경주마가 되기도 했으며, 상당한 장거리 혈통으로 지금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새강자’의 모마 ‘축제’에 대한 혈통은 마명만으로 추적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다고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똑같은 이름의 경주마가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마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새강자’의 모계 혈통에서 관심을 모으는 것은 모계 혈통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부마인 ‘피어슬리’와의 배합 여부다. 모마 ‘축제’의 혈통이 이상 없다면, ‘새강자’는 그 유명한 ‘니진스키’가 부계와 모계에서 3X4로 근친을 이룬다. 물론 배합이 가장 좋다는 ‘니진스키’의 3X4 근친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전반적인 혈통의 배합 자체가 스테미너가 좋은 장거리 혈통으로 중무장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국내 경마에서도 최장거리인 2300m 그랑프리(99년)까지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 아닐까 싶다.
‘축제’는 이미 죽고 없어서, ‘새강자’와 똑같은 혈통의 경주마를 다시 생산해내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 해도 씨수말이나 씨암말 수준이 계속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제2의 ‘새강자’ 탄생이 늦어지는 것은 무척 아쉬운 일이다.
한국 최고의 경주마 혈통 분석을 추측이 아닌, 있는 사실 그대로 분석할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해본다.



작 성 자 : 김중회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