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직립 보행한 이후, 최초의 이동 수단은 바로 인간의 두 다리였다. 두 다리에 의지해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넜다. 그러나 가축을 기르고 문명 생활을 시작하면서 말이 인간의 두 다리를 대신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말은 다시 자동차에게 자신의 역할을 넘겨줬다. 인류 역사를 함께 한 세 가지 이동 수단, 인간의 다리와 말, 그리고 자동차가 시간과 역사를 초월해 속도 대결을 펼치면 어떻게 될까?
4월21일(일) 오후 4시50분,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는 인간과 말, 자동차가 스피드를 겨루는 이색적인 대결이 펼쳐졌다. 이색적인 이벤트결과 국내 육상계를 대표하는 스프린터 이재하(21세, 경북대)가 경주마와 자동차를 꺾으며 진정한 ‘인간승리’를 보여줬다. 이재하 선수는 사상초유의 인간-말-자동차의 스피드 대결에서 자동차와 경주마를 여유 있게 따돌리며 기적 같은 승리를 일궈냈다.

당초 경마장 주로에 익숙한 경주마나 강력한 엔진을 탑재한 버기카의 우승이 예상됐다. 우승자를 예상하는 온라인 투표에서도 경주마(1685표)와 버기카(1222표)가 이재하(242표)를 월등하게 앞서 있었다. 하지만 이재하 선수는 출발신호가 떨어지자 용수철처럼 튀어나가며 순식간에 차이를 벌렸다. 이재하의 뒤를 이어 경주마 ‘블레시드’가 역주를 시작했으나 초반에 승기를 잡은 이재하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출발이 다소 늦었던 버기카는 결승선 50미터 전방에서 굉음과 함께 경주마를 따라잡았으나 이미 이재하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였다. 이재하는 버기카와 경주마를 50미터 가까이 큰 차이로 제쳤다.

이번 경주는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위해 인간과 말, 자동차의 속도 차이를 고려해 출발선을 각기 다르게 설정했다. 인간은 결승선 200M 전방, 말은 450M 전방, 자동차는 550M 전방에서 출발했다. 거리는 다르지만 이를 주파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8초 내외로 모두 비슷하게 설정했다. 컨디션 난조를 보인 경주마와 출발이 늦었던 버기카는 이를 악물고 달린 이재하에 완패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인간 ‘멘탈’의 승리였다.

경기장은 경마가 펼쳐지는 모래 트랙으로, 평균 모래 두께는 7cm였다. 일반 해수욕장 모래사장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의 ‘우사인 볼트’로 불리는  이재하 선수는 2012년에만 전국육상선수권대회와 전국체전 등을 휩쓸며 3관왕에 올라선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단거리 스프린터다.

말을 대표하는 선수는 서울경마공원 1군 출신의 ‘블레시드(암, 8세)’. 총 30전(30전 1위 2회, 2위 5회, 3위 2회)을 자랑하는 ‘블레시드’는 현역시절 서울경마공원에서 활약하는 전체 경주마 1500마리 중 상위 5%에 들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은 말이다. 서울경마공원에서 10여 년간 활동해온 베테랑 이기회 선수(34세)가 기승했다.

자동차 대표로는 버기카 `SL Buggy 001호‘가 출동했다. 오프로드 경주를 위해 제작된 버기카는 배기량 1975cc에 최고속도 230km를 자랑하며, 모래는 물론, 산악, 개울 등 전천후 지형에서 운행이 가능하다. 애초에 자동차 대표로는 SUV 차량이 고려됐으나, 모래 주로의 특성을 감안해 버기카로 변경됐다. 버기카 운전석에는 록타이트-HK 레이싱팀 프로 카레이서 이창우(35세)씨가 운전대를 잡았다.
이번 이벤트는 한국마사회 직원의 창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이런 이벤트는 자주 실시하는 것이 좋다. 경마가 친근하게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를 진행한 모든 관계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