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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8일 제1경주에서 최봉주기수가 기승한 ‘연곡’(22조,범양해운 마주)의 우승을 시작으로 2005년 경마는 화려한 막을 올렸다. 올해 경마는 지난주까지 총256개 경주를 치러 당초 계획된 2005년 총 경주수 1,092경주의 1/4을 소화한 상황.
매출면에서 1/4분기 총 22일에 걸쳐 1조783억여원을 기록, 일평균 490억원으로 지난해 동분기 비교에서 소폭하락세를 보였지만 사건, 사고면에서는 어느해 보다도 많은 이슈를 낳았던 올 1/4분기는 그야말로 숨가쁘게 달려왔다는 표현이 맞을 듯 싶다. 비록 경주적인 부분, 즉 팬들의 주목을 끄는 굵직굵직한 경마대회는 없었지만 경주외적인 부분에서 상당한 변화와 화제가 있었다. 올해부터 대폭 변화된 경마시행제도, 경주불성립이냐 아니냐를 놓고의 뜨거운 공방 등 각 분야에 걸쳐 돌이켜 볼 사항이 많았던 분기였다.
- 대리마주 파동
2005년 경마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않아 대리/차명마주 사건이 터지며 경마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마주 7명은 자격취소, 4명은 자격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2004년 JRA경마대회 우승마인 ‘와이즈토드’등의 경주마들이 등록취소되며 한동안 도마에 오른 사건이었다. 이어 2월에는 임기 1년6개월을 남겨놓고 박창정 마사회장이 중도하차해 신년사에서 제시했던 청사진이 한낱 일장춘몽으로 그칠지도 모를 위기에 놓였다.
- 우리도 이제는 세계적인 명마를
올 1월 마사회가 “명마 프로젝트”라는 야심찬 계획의 일환으로 총 51억의 막대한 자금을 들여 ‘스톰캣’의 자마 ‘익스플로잇’(Exploit)과 <벨몬트스테익스>우승마 ‘코멘더블’(Commendable)을 씨수말로 도입했다. 이들은 기존 씨수말들에 비해 한단계 이상 높게 평가되는 마필들로 이미 본격적인 교배에 들어갔는데 생산자와 마주들 뿐만 아니라 세계적 수준의 경주를 꿈꿔왔던 관계자들을 한껏 기대에 부풀케 하고 있다.
지난해 씨수말 등록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던 본사 수입마 ‘본비반트’(Bon vivant) 역시 G1인터내셔널 레이스 우승마 출신으로 교배신청접수 중에 있어 명마탄생의 박차를 가했다.
- 제도의 작지않은 변화
2005년 경마시행에서 가장 큰 변화는 역시 군체계 확대조정이다. 경주마 자원의 원활한 가용과 경주의 질 향상을 위해 마련된 이 제도는 초기 팬들에게 다소의 혼란을 가져오긴 하였지만 시행체의 의도에 일단은 부합하는 느낌이다. 강군마필들과 기존마필들 간의 물고물리는 접전이 이어져 팬들에게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요소는 충분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경마대회의 양적축소와 함께 특별경주가 다시 부활하였고, 포입마들의 출전을 완화하는 부분도 변화된 제도의 주된 사항들이다.
2300M 경주가 4년만에 부활해 최장거리 경주가 가져다주는 또 하나의 볼거리로 팬들을 즐겁게 했는데 첫 우승마로는 ‘해란강’(9조, 남기태마주)이 차지하였다. 올 연말 열릴 <그랑프리>경마대회가 2300M로 열릴 예정이어서 최장거리에서 펼쳐지는 명마들의 격전에 벌써부터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 김효섭 600승 달성, 박태종 천창기 휴업상태
김효섭기수가 지난 1월 셋째주 현역 6번째로 600승 고지에 올랐다. 김 기수는 현재 다승랭킹 1위를 달리며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문정균 기수 역시 ‘모닝콜’에 기승해 100승을 달성하며, 2005년의 서막을 기분좋게 장식했다.
반면 1월 둘째주 까지만 해도 7승을 달성하며 다승랭킹 단독선두를 달리던 천창기 기수는 ‘킹트랜도’에 기승해 낙마 부상을 당했고, 박태종 기수 역시 3월까지 다승 2위로 선두탈환에 박차를 가하던 차에 경주중 부상으로 인해 5월에나 출장이 가능해 “호사다마(好事多魔)”란 옛말을 떠올리게 했다.
지난해 수사대상으로 조교정지 처분을 받았던 33조 김충근조교사가 올초 면허정지 10개월이라는 판정을 받았고, 얼마전 배대선 조교사 역시 수사중에 있어 2005년의 1/4분기는 조교사들의 수난시대 였다.
- 2004년을 풍미한 명마들의 수난시기
경주마 부문에서 2005년 1/4분기는 앞으로의 상당한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언제까지나 쾌속질주가 예상되던 ‘무패강자’(53조, 김익영 마주)가 데뷔후 첫 입상권에서 탈락, 2005년 벽두부터 삐걱거리더니 <그랑프리> 준우승마 ‘템피스트웨스트’(52조, 방승부 마주), <대통령배>우승마 ‘비천봉’(19조, 이종무 마주)등이 줄줄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들의 몰락은 과중량도 그 원인 중 하나이겠지만 걸음면에서도 예전의 기량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 굵직한 경마대회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그야말로 절대강자 없는 춘추전국시대가 온 것이 아니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떠오르는 별들도 일련의 이변 속에서 예외가 아닌 듯 연승가도의 ‘개츠비’가 연이어 부진을 보였고, 비록 한번의 방심패이긴 하나 ‘터프엔젤’도 연승행진을 마감했다.
1/4분기 동안 열린 두 번의 경마대회는 각각 암말경주와 3군경주라는 비교적 비중이 낮은 경주였지만 수확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첫 번째 경마대회로 암말경주였던 <세계일보배>에서는 ‘필승강자’(53조, 정덕용 마주)라는 샛별이 빛을 발한 대회였다. 조경호 기수와 완벽한 호흡을 보이며 낙승을 거둬 경마대회에서 우승한 최초의 일본산 마필로 기록되게 되었다.
얼마전 열린 <스포츠투데이>배 에서도 경주를 거듭할수록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는 ‘뇌천’(47조, 김명자 마주)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비록 3군 경마대회 였지만 현재 3군에 잔류하고 있는 마필들의 전력이 만만치 않은 점을 감안하면 승군 후에도 좋은 모습이 기대된다.
당초 4월에 개장예정 이었던 부산경마장은 아직 최종결정이 나지는 않았으나 개장연기는 기정사실화 된 상태이다. 레저세 문제로 인해 부산시 지자체와 줄다리기 협상을 벌이고 있는 마사회로서는 착공당시의 부풀었던 기대는 더 이상 찾기 힘들 만큼 전체적인 침체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 2월 가동을 시작한 신배당률게시대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들여 설치한 것이다. 팬 서비스 면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행체이지만 얼마전 있었던 ‘족패천하’건과 같은 경마시행의 공정성이라는 기본원칙을 위협하는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매끄럽지 못한 대처는 경마시장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을 지울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구매상한제 라든가 수입마 도입가 상한제 폐지 등 근본적으로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한 이미 오래전 얘기가 되어버린 중흥기로의 귀환은 요원할지 모른다. 남은 분기 동안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