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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저세 문제 해결돼도 준비 부족으로 4월 개장은 힘들 듯
2년 연속 매출액 감소라는 힘겨운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마사회가 적자운영이 예상되는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개장 연기를 시사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월 아시아경마연맹(Asian Racing Federation) 총회와 맞물려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개장을 추진해왔던 한국마사회는 올초부터 부산,경남 지자체와 경마공원 부근 진입로 미확보, 적자 보전을 위한 레저세 감면 등으로 마찰을 빚어 왔다.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예산이 확정되기 전인 12월까지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계속적으로 미뤄지면서 개장 예정일이 한달여밖에 남지 않은 현재까지 개장여부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레저세 감면을 둘러싸고 마사회와 지자체간의 협의 진행을 보면 원론적인 자기 주장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마사회측과 지자체 측은 어떤 결론이 나든 3월말까지는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개장과 더불어 적자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레저세 감면을 통해 적자폭을 줄이겠다는 마사회 입장과 레저세 감면 불가를 외치면서도 개장연기로 인해 사라질 세금 앞에서 갈등하는 지자체가 과연 어떤 결정을 도출할지는 미지수다.
◇부산·경남경마공원 관련 진행 상황
부산경남경마공원은 지난해 11월 28일 4개 경주의 모의경주를 시작으로 개장 준비를 착실히 해오고 있다.
모의경주란 마권매매만 되지 않을 뿐 모든 시행시스템을 실제경주와 똑같이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동안 조교사 기수 관리사 등에 고정급여 형태로 지급되던 인건비도 서울경마공원처럼 상금형태로 지급하면서 경마시행을 위한 경험쌓기를 하고 있다.
올해들어 부산·경남경마공원은 하루 12개 경주씩 모의경주를 실시하며 본격적인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모의경주 성적에 따라 군을 나누고 조건상금을 부여하는 등 경마시행 자체에 대한 준비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또한 관람대와 경마시행을 위한 제반시설도 개장만을 남겨둔 상태다.
부산·경남경마공원의 레저세 감면문제로 한국마사회 측에서 `개장 연기`라는 마지막 카드를 내놓은 가운데 23일(수) 부산·경남 양 지자체와 마사회가 회의를 열고 조율작업에 들어갔지만 구체적인 합의점 도출에는 실패했다.
박해상 농림부 차관보 주선으로 부산 강서구 범방동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는 부산시 김구현 행정부시장, 경남도 김채용 행정부지사, 마사회 이봉수 회장대행, 김도훈 경마공원본부장 등 5명이 참석해 오전 11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 부산시·경남도와 경마공원 측은 `레저세 감면 불가` `적자보전 없는 개장 불가` 주장을 되풀이해 서로 간의 입장차이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로 인해 당초 다음달 29일 예정이던 부산·경남경마공원 개장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마사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개장 예정일을 한달여 남겨놓은 현재까지 개장여부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관계부서에서 개장과 개장 연기라는 두 상황을 염두에 둔 준비를 하면서 레저세 감면이 받아들여져 개장 결정이 나더라도 준비부족으로 인해 실질적인 개장이 미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래서 현재 경마계 안팎에서는 5월 개장설과 9월 개장설, 또는 2007년 개장설 등이 속속 퍼져 나가고 있다.
하지만 마사회나 양 지자체 관계자들은 레저세 부분에 대해선 이견을 보이지만 개장을 해야한다는데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양 지자체에서 레저세 감면에 상응하는 지원방향을 모색하겠다고 적극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막판 조율의 가능성은 남겨둔 상태다.
◇ 부산·경남경마공원 개장으로 경마산업 무너질 수 있다
이봉수 마사회장 직무대행은 "아직 지자체와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월말까지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개장을 준비하는 실무자들의 입장은 다소 다르다. 우선 현재 부산지역에 오픈한 장외발매소가 다른 장외발매소와 비교해 매출이나 이용빈도에서 하위권을 면하지 못하는 실정이라 개장과 더불어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서울 경마공원 매출액도 최근 2년간 30% 이상 떨어졌는데 부산·경남 경마공원까지 적자를 내면 마사회 전체가 경영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 전반적인 경마관계자들이 염려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마사회는 부산시와 경남도에 2009년까지 5년간 레저세를 줄여달라고 요청했고, 부산시가 레저세 감면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자, 2005년 50% 감면, 2006년 40% 등 연차적인 감면을 새로 제시했다.
마사회는 노사협의에서 부산·경남경마공원이 레저세 감면 없이 개장할 경우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해 한국마사회가 심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레저세 감면이 없을 경우 개장을 연기한다는데 합의를 했다.
결국 레저세 감면 없이는 부산·경남경마공원 개장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부산·경남 경마공원 개장 연기 방침이 확정되면 2007년 말까지 개장을 미뤄, 시설관리를 위한 필수인력을 뺀 모든 인력을 철수시키고 경주마도 서울 경마공원으로 옮길 계획이다.
한국마사회는 17일 부산·경남 경마공원이 주변 교통시설이 제대로 갖춰지 않는 등 개장에 필요한 준비가 덜 돼, 초기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에 개장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지자체, 레저세 감면 불가 고수
한국마사회의 레저세 감면 요청에 대해 양 지자체는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초 경남도의 경우 레저세 감면에 대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에는 초지일관(?) 레저세 감면 불가를 고수하는 부산시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이같이 경마공원의 개장 연기를 검토한다고 밝힌 데 대해 양 지자체측에서는 개장 준비 부족보다 부산시와 경남도를 압박해 레저세를 감면 받기 위한 포석이라 보고 있다. 경마공원 개장이 연기되면 부산시와 경남도가 연간 250억원에 이르는 지방세 수입을 놓치기 때문에 자신들이 마사회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마사회가 판단하에 억지를 부린다는 것이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경마공원에 대한 지역여론이 가뜩이나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까지 깎아주는 전례에 없는 일을 할 수 없다며 레저세 감면 불가 방침을 고수한다. 다만 우선 개장을 한 뒤 매출 추이를 보면서 적자폭이 클 경우 레저세 감면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개장을 위한 다른 측면에서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 산업으로의 경마 이해가 필요
경마는 단지 경주를 두고 베팅을 하는 단순한 산업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경마는 하나의 거대한 산업군을 이루고 있다. 1차산업에서 4차산업까지 총망라된 산업으로 하나의 경마장이 생김으로써 파생되는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것이다.
현재 개장 연기를 검토하고 있는 마사회는 계속된 매출액 하락으로 인해 자칫 고사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빠져 있다. 물론 단일 사업체로 국가에 내는 세금이 가장 많은 기업인 만큼 매출이 작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기업으로 높은 세금을 내고, 공익사업에 자금을 내야하다보니 결국 경마를 위한 재투자의 몫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어 매출의 원천인 경마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마인식이 자리잡지 못한, 교통편마저 확보되지 못한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개장은 대규모 적자를 양산해 마사회의 근간을 뒤흔들 것이다.
지방자치제도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각 지차제는 공기업과 사업체를 모셔가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세금 감면은 물론이고 토지를 헐값에 임대하는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노력들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시의 태도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보다 안정된 부산·경남경마공원을 갖출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마땅할 것이다.
이미 4월 개장은 힘들다는 말들이 곳곳에서 번져가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대승적인 차원에서 협의가 이뤄져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개장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권순옥 기자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