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명승부-제2회 마주협회장배 경마대회
육중한 회색빛 추입력 ‘거창’

경주 중반 선두권을 덮치는 탁월한 선입력을 발판으로 90년대 중반을 풍미했던 회색빛 거세마 ‘거창’. 항상 500Kg에 닿을 듯 말 듯한 파워 넘치는 체구로 최상위 경주인 C1 등급 경주에서만 13회의 입상전력을 갖고 있을 만큼 강자로 군림했던 경주마다. 경마대회 통산 출전회수 10회 가운데 95년 무궁화배 2위를 비롯하여 언제나 최정상권에 위치했던 ‘거창’. 절정기의 기량을 뽐내며 우승을 차지했던 제2회 마주협회장배를 되돌아본다.        


C2 등급 신예 강호들의 격전장
1994년 8월 14일 개인마주제 전환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치러진 제2회 마주협회장배는 2200m 거리에서 C2 등급 경주마 14두가 출사표를 던진 대회였다. 핸디캡 경주로 치러진 이날 경주는 급부상중인 신예 유망주들이 대거 출전해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웠고, 그나마 경주 전 팬들로부터 우승예상마로 인기를 모은 마필은 선행형 각질로서 1번 게이트를 부여받은 ‘폰다’였다. 오후 3시 15분경 출발신호가 떨어지자, 가장 먼저 선두를 점한 것은 역시 인코스의 1번 ‘폰다’. 그 뒤를 외곽에서 빠르게 합류한 12번 ‘품앗이’가 선두권에 가세했다. 반대편 직선주로 후반을 벗어날 때까지도 전체 레이스에 큰 변동은 없는 가운데, 이윽고 4코너 초입부분에서 14번 ‘거창’의 추격이 이어졌다. 9번 ‘숙련공’과 13번 ‘웅지’도 선두권 합류에 나섰으나 그리 위협적이지 못했고, 1번 ‘폰다’의 끝걸음이 밋밋한 사이에 ‘거창’이 단독선두로 치고 나갔다. 결국 레이스 종반 우위를 보인 ‘거창’이 2위마 ‘품앗이’를 반 마신 차이로 누르고 결승선을 먼저 통과함으로서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

김점오 조교사
87년 조교사로 데뷔한 이래 ‘거창’의 대회 우승으로 경마대회 첫 승을 따낸 17조 김점오 조교사. 경주 전 우승을 다툴만한 상대로 ‘삼각’, ‘통소문’, ‘폰다’를 지목했으며, 14번 최외곽 게이트에서 출발하는 ‘거창’의 상황에 적절하게 종반 추입 작전을 수립했다고 한다. 경주 초반 마필을 편안하게 출발케 한 다음, 4코너 이후에 스퍼트 할 것을 안병기 기수에게 지시했는데, 레이스 전체 상황이 순조롭게 잘 풀려 얻어진 행운이라고 시상식 후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안병기 기수
84년 기수 데뷔 후 현재의 경마대회 15관왕 명성이 무색할 만큼, 93년에서야 ‘사투봉’으로 경마대회 첫 우승을 따낸 안병기 기수. 그 후 92년 ‘고대산’, 94년 ‘거창’과 호흡을 맞추며 시상식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우승 인터뷰에서 “하느님께 감사 드립니다.”라며 우승의 영광을 돌렸고,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전력을 다했다고 경주에 임했던 각오를 피력했다.              

【손성호 기자 ssh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