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서 한국 경마의 최대 국제 경기인 코리아컵과 코리안스프린트가 돌아오는 일요일에 펼쳐진다. 이 두 경주는 국내외 최정상급 경주마들이 한데 모여 실력을 겨루는 무대이며, 올해도 어김없이 세계 각지에서 명마들이 한국 땅을 밟을 예정이다. 특히 일본에서 온 출전마들은 각기 독특한 이력과 경주 스타일로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들의 발자취와 도전을 살펴보며 이번 경주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보자.


코리아컵: 왕좌를 노리는 일본의 강자들

크라운프라이드(Crown Pride, 5세 수말)
지난해 코리아컵의 영광을 안았던 크라운프라이드는 올해도 그 위용을 이어갈 준비를 마쳤다. 일본 경주마 혈통의 정수를 담은 그는 Sunday Silence와 King Kamehameha의 피를 모두 이어받은 명문 가문의 후예다. 중동 원정에서 UAE 더비(G2) 우승과 두바이 월드컵(G1) 5위를 기록하며 국제 무대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차례의 부진으로 팬들의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지난 7월 머큐리 컵(L)에서 근소한 차이로 우승하며 다시 한번 자신의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이번 경주에서는 요코야마 타케시 기수와의 호흡이 기대되며, 선입 전개의 장점을 살려 다시 한번 정상의 자리를 노린다. 그의 부활이 이번 코리아컵에서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경마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라이트워리어(Light Warrior, 7세 수말)
경험과 노련미로 무장한 라이트워리어는 일본 지방경마 소속으로서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A.P Indy 계열의 Majestic Warrior의 자마로서, 7세라는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끈기와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올해 가와사키 기념(L)에서의 첫 대상경주 우승은 그의 경력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해주었다.
선행마로서의 탁월한 능력을 지닌 라이트워리어는 경주 초반부터 레이스를 주도하며 상대마들을 압박하는 전술을 선호한다. 최근 테이오 쇼(L)에서의 6위 성적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의 강인한 정신력과 경험은 이번 코리아컵에서 새로운 반전을 기대하게 만든다. 베테랑 요시하라 히로토 기수와의 재회로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윌슨테소로(Wilson Tesoro, 5세 수말)
코리아컵 출전마 중 가장 높은 국제레이팅을 자랑하는 윌슨테소로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경주마 중 하나다. Kitasan Black의 자마로서, 더트 경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일본 경마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 두바이 월드컵에서의 4위 성적은 그의 국제 경쟁력을 입증하는 데 충분했다.
선행, 선입, 추입 모두 가능한 자유형 경주마로서,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전개를 펼칠 수 있는 윌슨테소로의 전술적 유연성은 큰 강점이다. 일본 최고 기수인 카와다 유가와의 호흡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되었으며, 이번 코리아컵에서도 그들의 완벽한 조화가 기대된다. 국제 무대에서의 경험과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왕좌에 도전하는 그의 모습이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코리안스프린트: 속도의 한계를 넘어서는 질주

아나키스트(Anarchist, 5세 수말)
미국 출신의 아나키스트는 단거리 경주의 강자로서 이번 코리안스프린트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자 한다. 지난해 Bing Crosby Stakes(G1)에서의 준우승은 그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성과였다. 다소 늦은 3세에 데뷔했지만,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단거리 경주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다져왔다.
최근 장기휴양 후 복귀하며 컨디션을 조율 중인 아나키스트는 선두권에서 경주를 이끌어가는 스타일을 선호한다. 베테랑 말도나도 에드윈 기수와의 조합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의 폭발적인 스피드가 한국 무대에서 어떻게 발휘될지 기대를 모은다.

재스퍼크로네(Jasper Krone, 5세 수말)
미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활약 중인 재스퍼크로네는 강력한 선행마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Tapit의 자마인 Frosted의 후예로서, 지난해 G3 경주에서 연속 우승을 거두며 단거리 강자의 자리를 굳혔다. 이후 세계 각국을 돌며 원정을 펼쳤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유일한 더트 경주였던 사우디의 Riyadh Dirt Sprint에서 4위를 기록한 것은 그의 잠재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컨디션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다시 한번 초반부터 강력한 선행으로 레이스를 주도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다노 타이세이 기수와의 호흡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

리메이크(Remake, 5세 수말)
지난해 코리안스프린트의 우승마인 리메이크는 올해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Lani의 자마로서, 부마와 마찬가지로 국제 무대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올해 사우디의 Riyadh Dirt Sprint(G3)에서 우승하고, 두바이의 Dubai Golden Shaheen(G1)에서 4위를 기록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선입과 추입 모두에 능한 리메이크는 다양한 전개를 통해 상대마들의 허를 찌르는 전술을 펼친다. 카와다 유가 기수와의 완벽한 호흡은 이미 여러 차례 증명되었으며, 긴 휴양 후에도 그의 경주 감각은 여전히 예리하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어떤 경주를 펼칠지 기대감이 고조된다.

새로운 역사의 탄생을 기다리며
이번 코리아컵과 코리안스프린트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최정상급 경주마들의 격돌로 경마 팬들에게 잊지 못할 흥분과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일본의 강자들이 보여줄 전략과 기량, 그리고 한국 경주마들의 자존심을 건 도전이 어우러져 경마 역사에 새로운 장을 써내려갈 것이다. 각자의 꿈과 열망을 담아 트랙 위를 달릴 그들의 질주를 지켜보며, 우리는 또 한 번 경마의 매력과 스릴을 만끽할 준비를 마쳤다. 이번 주말, 뜨거운 열정과 긴장감이 가득한 경주장에서 새로운 전설이 탄생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