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벚꽃이 흐드러지고 초록빛이 만개하기 시작한 늦봄, 서울 경마공원은 평소와 달리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서 일요일을 맞이했다. 어둡던 먹구름은 사라졌고, 비바람이 사그라들며 맑은 하늘 아래 수많은 나들이객과 일본의 방문객이 관람대의 자리를 채웠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유메노호노오`가 있었다. 고치경마(高知競馬) 출신이자 23전 18승, 12연승의 전적을 지니고 있는 `고치의 에이스` `유메노호노오`(YUMENO HONOO, ユメノホノオ)의 YTN배(G3) 출전은 한·일 양국의 경마 팬들에게 주요 이슈로 급부상했다. 두바이 원정을 떠나 알 막툼 클래식(AL MAKTOUM CLASSIC, Group 2)에서 3위의 성적을 기록하고 복귀전을 YTN배로 정한 `최강자` `글로벌히트`와의 대결구도 또한 경마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를 보도하기 위해 일본의 취재진들이 서울 경마공원을 찾았고, 각종 경마 미디어들도 실시간으로 YTN배를 중계했다.

하지만 YTN배는 그 두 주자들 간의 경쟁만이 펼쳐지는 독무대가 아니었다. 스테이어 시리즈의 첫 번째 관문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던 `석세스백파`, 대상경주에서 항상 입상하는 `스피드영`을 비롯해, 장거리 선행의 `투혼의반석`과 서울의 스테이어인 `너트플레이`, `티즈바로우즈`, `나올스나이퍼` 등 말 그대로 그레이드 대상경주에 도전할 수 있는 주자들도 함께 라인업을 형성했다. `글로벌히트`와 `유메노호노오`가 형성한 각 1.9, 2.3배의 단승식 인기의 그림자에는 여러 승식에서 자리를 꿰찬 그들의 존재감이 도사리고 있었다.

경주는 시작부터 흥미진진하게 흘러갔다. 게이트가 열린 직후, 안쪽 게이트의 이점을 살린 `미러클마린`과 `유메노호노오`가 선행권에서 경주를 이끌었다. 외곽 게이트에서 출발한 `글로벌히트`도 선행권에 합류하였으나, 안쪽 주자들의 견제에 진출이 어려워지자 선두그룹의 후미 선입권에 자리잡았다. 김혜선 기수는 고삐를 당겼고, 외곽 후미 주자들이 앞선으로 진출해 오면서 `글로벌히트`는 어디로든 진출해 나갈 수 있는 위치에 자리했다. `글로벌히트`와 김혜선 기수의 전형적인 승리공식과 그 증명이 전개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큰 변화가 없었던 뒷 직선주로를 지나, 마군은 금방 마지막 곡선주로에 접어들었다. 여전히 선두는 `미러클마린`과 `유메노호노오`가 주도하고 있었고, `글로벌히트`의 양옆에는 `스피드영`과 `티즈바로우즈`가, 후미엔 `나올스나이퍼`와 `석세스백파` 그리고 `마이티굿`이 자리하고 있었다. 김혜선 기수는 고개를 돌려 `스피드영`과 박재이 기수의 존재를 확인했고, 직접 끌고 나가려는 `글로벌히트`의 발걸음을 제어하며 한 순간의 기회를 노렸다.

중위와 후미의 주자들은 곡선주로 막바지에 접어들자 일제히 승부수를 띄우며 외곽 주행을 마다하지 않았다. 선두그룹의 마필들도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남은 400M의 직선주로 승부에 시동을 걸었다. `스피드영`이 앞선으로 진출했고, 후미의 주자들이 뒤쫓지 못하자 `글로벌히트`의 오른편에 큰 공백이 생겼다. 김혜선 기수는 고개를 돌려 그 위치를 곧바로 확인했고, `글로벌히트`는 아주 자연스럽고 빠른 발걸음으로 그 자리를 점했다.

`글로벌히트`와 김혜선 기수는 선두그룹과 같은 위치에서 달리며 경주를 이끌었다. 김혜선 기수는 계속해서 경쟁자들의 위치를 확인했고, 직선주로 약 250M 지점에서 특유의 강한 템포의 채찍 독려로 `글로벌히트`의 힘을 이끌어내며 질주했다. 아무도 쫓지 못했고, 그 누구도 감히 넘어서지 못했다. 최강자, 디펜딩 챔피언, `글로벌히트`와 김혜선 기수는 가장 먼저, 가장 빠르게 결승선을 통과했고, 그 차이는 무려 5마신에 달하였으며 최종 타임은 2분 6초 7로 기록되었다. 그들의 승리공식은 불변의 법칙 아래 다시 한번 완성되었던 것이다.

`글로벌히트`는 작년 YTN배의 아슬아슬했던 직선주로 경합보다 압도적인 발걸음으로 경쟁주자들을 뿌리치며 최강자의 이명을 더욱 공고히 했다. 마필에게 부담이었던 두바이 원정 직후 복귀전에서 더 나은 발걸음으로 우승을 거머쥐었고, 이번 우승 이후 적절한 휴식과 출전주기를 회복할 `글로벌히트`는 스테이어 시리즈의 최종 관문인 1800M의 부산광역시장배(G2)에선 이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최외곽 게이트에서 아쉬운 출발과 함께 경주에 임한 `스피드영`은 그 성적에 걸맞은 주력으로 외곽 주행을 버텨내며 준우승에 자리했다. `글로벌히트`와 `스피드영`을 위탁관리 하고 있는 부경경마의 방동석 조교사는 YTN배에서 1, 2위마를 동시에 배출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한편 `유메노호노오`는 `미러클마린`과 함께 초반 선행 전략으로 경주를 주도하였으나, 직선주로 구간에서 `스피드영`과 `글로벌히트`를 보내주며 3위에 자리했다. 하지만 결승선 통과 직전 고치경마에서도 보여줬던 근성으로 그 차이를 목까지 좁혔으며, `고치의 에이스`라는 이명의 저력을 충분히 발휘하며 일본의 지방경마가 한국경마에게도 충분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또한 `유메노호노오`는 `글로벌히트`와 `스피드영`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그 뒤에 11두의 한국 경주마들이 자리했다는 사실을 절대 무시해선 안된다.

한국경마의 `최강자` `글로벌히트`의 복귀와 일본지방경마 `고치의 에이스`의 도전 속에서, 코리아컵을 방불케 한 경마 팬들의 열정과 함께 제24회 YTN배는 막을 내렸다. 다음 관문은 스테이어 시리즈의 마지막인 5월 25일의 부산광역시장배로, `글로벌히트`와 `여제` 김혜선 기수가 펼칠 활약이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