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일생 단 한번의 영광`

한국마사회는 3세 국산마들만이 출전할 수 있는 트리플 크라운 시리즈의 캐치프레이즈를 그렇게 표현하고 있다. 일생에서 단 한번만 누릴 수 있는 영광의 길, 그 첫 번째 관문을 맡은 `KRA컵 마일(G2)`은 지난 일요일(6일) 부산경남 경마장에서 16두의 도전자들과 함께 시작되었다.

`오아시스블루`의 압도적인 인기 속에서 `벌마의엔젤`, `강나루`, `롱런불패`, `캡틴피케이`만이 한 자릿수의 단승식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오아시스블루`의 인기에는 닿지 못했으므로, 경마 팬들은 `오아시스블루`의 우승에 확신을 지녔던 것이다.

루키경주와 주버나일 시리즈에서 경험을 쌓은 주자들은 다시 한번 게이트를 재빠르게 벗어났다. 가장 안쪽 게이트를 받아간 `롱런불패`가 스프린터처럼 질주하며 선두를 이끌었고, `엘도라도놀부`가 함께 선두그룹의 일선을 형성했다. 두 번째, 세 번째 펄롱 통과 기록은 각 10초 7과 10초 9로 기록되었으나, 그 빠른 기록에 비해 대부분의 마필들이 곧장 경주 흐름을 좇았다.

하지만 한 쌍의 호흡이 곡선주로 초반 외곽에서 모습을 드러내면서 경주의 판도가 뒤바뀌었다. `오아시스블루`와 진겸 기수가 마군을 빠져나와 유일한 승부수를 띄웠고, 안쪽의 마필과 기수가 제대로 반응할 새 없이 순식간에 선두를 탈환하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 단 한번의 영광을 위해 쏟아부은 모든 이들의 노력이 무색해질 정도로 `오아시스블루`의 발걸음은 압도적이었다. 선두의 발걸음이 결승선과 그 우승에 가까워지는 만큼 후미와 선두의 거리차이는 벌어졌다. 마치 숫자를 세는 것처럼, 손쉽게 차이를 벌려나간 `오아시스블루`와 진겸 기수는 4마신의 차이와 함께 1분 40초 0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트리플 크라운 시리즈 첫 번째 영광의 관문을 열어젖혔다.

2015년 데뷔 이래 첫 그레이드 대상경주 우승의 기쁨을 품에 안은 진겸 기수는 "빠른 말들이 많았지만 의도치 않게 느린 레이스가 됐고 선두그룹의 뒤에 자리잡으려 했지만 앞선의 발걸음과 보폭이 맞지 않았다"라며 경주 흐름에 대해 설명했고, "`오아시스블루`가 더 앞서 가고 싶어하는데, 의도적으로 이를 제어하고 있으면 체력을 더 소진할 것 같아 경주 중반부터 외곽으로 빠졌다"라고 경주 중 전략에 대해 덧붙였다.

`오아시스블루`는 이번 경주에서 앞선의 페이스를 잘 쫓았고, 이보다 더 빠른 발걸음으로 나아가려는 승부욕을 발휘했기 때문에, 이미 우승을 거머쥔 바 있는 1800M와 더불어 그 너머의 거리에서도 충분히 주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종훈 마주는 23년부터 25년 지금까지 `베텔게우스`-`석세스백파`-`오아시스블루`로 이어지는 `KRA컵 마일(G2)` 3연승의 업적을 달성했다. 부상으로 인하여 은퇴 후 현재 종마로 활동하고 있는 `베텔게우스`의 1관은 `석세스백파`의 2관으로 이어졌고, 만약 그 흐름이 올해 `오아시스블루`의 3관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파워블레이드` 이후의 새로운 트리플 크라운 탄생을 목도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KRA컵 마일(G2)`의 우승자는 더비를 거머쥐지 못한다는 징크스의 또 다른 증명을 목격하고 있는 것일까. 다음 이야기는 5월 11일에 개최될 제28회 `코리안더비(G1)`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