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회장 정기환) 말박물관이 지난 3월 1일 오전 10시부터 김서영 작가의 초대전 `바람을 달리다`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4월 13일까지 이어지며, 말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움직임과 정지의 미학을 탐구하는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전시장에는 총 15점의 작품이 걸려 있다. 작품 속 말들은 역동적으로 질주하는 순간과 고요히 멈춰 있는 찰나를 동시에 담아내며, 움직임과 정적 사이에서 묘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모래를 일으키며 힘차게 달리는 모습도, 바람에 갈기만 나부낄 뿐 미동도 없이 서 있는 모습도 모두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김서영 작가가 주로 그린 말의 품종은 유럽의 승용마 계열로 추정된다. 골격이 크고 체형이 우아한 하노버리안이나 루시타노 같은 품종을 떠올리게 한다. 주로 마장마술과 같은 우아한 움직임을 요구하는 종목에서 활약하는 이 말들은, 차분한 성격과 아름다운 동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작품 속 말들은 대부분 백색을 띤다. 백마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귀함과 신성함을 상징하는 존재로, 오랜 신화와 전설 속에서도 신의 메신저로 그려지곤 한다. 김 작가는 배경을 희미하게 처리해 백마를 더욱 돋보이게 함으로써, 마치 종교화 속 신성한 존재처럼 느껴지도록 연출했다. 시인 노천명이 관이 향기로운 사슴을 노래했던 것처럼, 김서영 작가에게도 백마는 자신의 내면을 비추고 이상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존재임을 짐작할 수 있다.

작가는 어린 시절, 말과의 첫 만남을 강렬한 경험으로 기억한다. 거대한 몸집과 유려한 움직임에서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던 순간이 시간이 지나면서 작품으로 승화됐다. 삶을 깊이 관조하는 시점에서 다시 붓을 들었을 때, 그 기억 위에 자유, 열정, 평온, 꿈 같은 감정들이 덧씌워져 자연스럽게 시리즈로 이어졌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삶은 때로 치열하고, 때로 고요하지만 그 속에서도 길을 밝혀주는 빛이 존재한다고 김 작가는 말한다. 그의 작품 속 말들은 그 희망과 깨달음의 상징처럼 보인다.

전시는 4월 13일까지 계속되며,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다. 또한 벚꽃 야간경마 기간(4월 4~13일) 동안에는 금요일과 토요일에 한해 개관 시간이 정오로 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