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떠올리면 뒤따라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팬 행세를 하고 있는 문세영 기수를 떠올리자면, 벌교차돌과 지금이순간, 경마황태자라는 단어들이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조인권 기수를 떠올리자면 그 짙고 강렬한 이목구비와 눈썹, 그리고 현장에서 열렬한 팬임을 주장하는 경마 친우가 떠오른다. 그런 요소들을 제외하더라도 캡틴양키와 함께 이룬 22 트리플 크라운 2관에 대한 것은 과연 그가 얼마나 준수한 전적을 지닌 기수인지 증명한다. 또한 관심마들 중 하나인 레이디하나비와도 멋진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지난 10월 27일 일요일 첫 경주에서 통산 699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남은 두 기승에서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모였으나 아쉽게도 다음 주를 기약해야만 했다. 이상하게도 평소에 몇 승을 했는지 그 통산 전적을 잘 확인하지 않다가도, 누군가 아홉수에 걸렸다는 소식만 들으면 눈에 불을 켜고 주시하게 되는 것이다.

아쉽게도 조인권 기수는 11월 첫 주차 때도 우승을 새기지 못했다. 둘째 주가 되었을 때, 많은 기수들이 부경으로 출장했기 때문에 조인권 기수에게 무려 12두의 경주마들이 몰렸다. 많은 이들이 조인권 기수의 700승 달성을 점쳤으나 나는 쉽게 확신할 수 없었다. 적어도 내 시선에 유력마는 많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아홉수는 지난 일요일 마지막 경주 직전까지 이어졌다. 기수변경 조치로 한 번의 기승 기회를 더 얻어갔지만, 10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때즈음이 되자 많은 경마 팬들이 우글거리는 주차장과 지하철 역을 피하기 위해 미리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월요일에 분명 일이 많을 것이 분명하니 조금 일찍 돌아가 미리 정리해 놓을까 했지만, 그렇다고 또 마지막까지 모르는 것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부딪혔다. 나는, 적어도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벌어지는 이런 종류의 모든 사건을 기록해야 할 사소한 책임감을 지니고 있었고, 결국 장망원 렌즈에게 가혹한 어두운 주로 근처를 서성이며 마지막 경주를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경주는 퓨리오사의 선행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퓨리오사를 1순위로 뽑았는데, 가장 안쪽 게이트에서 출발하고 직전경주에서 체력이 남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조인권 기수가 기승한 럭키월드는 계속 후미에서 경주를 운영했다.

직선주로에 접어들었을 때 선두는 퓨리오사에서 라온아메리칸으로 바뀌었고, 마필들이 안쪽으로 몰려있는 사이에 럭키월드가 치고 올라왔다. 조인권 기수는 정석적인 채찍 독려로 럭키월드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럭키월드에게 그 진심이 전해졌는가, 전해졌다! 럭키월드는 마지막까지 추진을 멈추지 않았다. 결승선까지 단 몇 미터만을 남겨놓을 때까지, 그리고 끝내 목을 길게 뻗으며 우승했다. 조인권 기수의 700번째 우승이었다.

조인권 기수 됐다! 하니 주변에서 조인권 기수 했어요? 됐어? 하며 되물었다. 예, 됐어요! 조인권 기수 700승!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경마 팬들도 걸음을 멈추고 조인권 기수를 보기 위해 하마대에 모여들었다.

조인권 기수는 럭키월드를 쓰다듬으며 하마대로 돌아왔다. 본인도 숨이 찼는지 럭키월드의 등 위에 쓰러지듯 누워 숨을 고르다 안장에서 몸을 겨우 내렸다. 그 지친 발걸음과 호흡 속에서도 미소를 잊지 않았고, 많은 이들이 그의 우승을 축하했다.

조인권 기수는 "조금 부담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많은 응원을 받았다"며 "매 경주 해왔던 대로 기승하기 위해 집중했고, 다음에도 또 이런 기회가 온다면 오늘을 밑바탕으로 해 경마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우승 소감과 함께 경마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나는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와 조용해진 경마공원을 내려다보다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야 몇 번의 아홉수를 목격했을 뿐이지만, 아홉수는 원래 그런 듯하다. 뜸을 들여야만 한다. 너무 짧지도, 너무 길지도 않게. 딱 알맞은 타이밍에 맞추어서. 어차피 언젠가는 깨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