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의 희생과 노고로 경마 수준 발전해”
“경쟁 구도 깨고, 사람 냄새 나는 현장 만들고 싶어”
“서로 존중하고 공감할 수 있는 완충 역할 할 것”


말 관리사 P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일로 인해 가슴 아파하고 안타까워하는 이들은 유족, 말 관리사들만은 아니었다. 말 관리사와 함께 생활하며 이끌고 있는 조교사들도 이번 사고를 안타까워하고 아쉬워했다. 조교사에 향해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말 관리사들과 호흡하고 생활하는 조교사들도 한편으로는 피해자일 수 있다.

올해 초 부경 조교사협회장으로 선임된 오문식 조교사는 이번 일에 대해 특히나 너무 안타까워했다. 본인이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기존에 무미건조한 경쟁 구도를 깨고 사람 냄새가 나는 현장을 만들려고 고민하던 차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져버린 것이다.


오문식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은 부경 경마 관계자들은 공정하고 경쟁력 있는 경마를 만들기 위해 경쟁 속에 최선을 다해왔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조교사 생활을 시작해 어느덧 14년 차입니다. 경쟁 구도 속에 렛츠런파크 부경의 경마 수준은 과거에 비해서 눈에 띌 정도로 많이 발전했죠. 경마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경쟁력 있는 경마가 필요한데 그것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어요”

하지만, 이러한 발전의 이면에는 많은 이들의 희생과 노고가 있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눈에 보이는 건 많이 변하고 발전했습니다. 그 발전된 모습만큼 내면으로 들어가면 힘든 부분들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일단, 조교사협회 구성원들 간에도 경쟁이 심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서로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경쟁이 심하면 심할수록 현장에 있는 말 관계자들이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말 관리사들이 그 가운데 하나일 수 있죠”

오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렛츠런 부산경남 마방을 사람 냄새나는 곳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한다.

“부경은 조별 경쟁이 심하고, 불확실하다보니 가끔은 숨 막힐 정도로 삭막해요. 그걸 완화시켜 사람 냄새나는 협회, 부경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미 심한 경쟁 구도 속에서 누가 나와서 협회장직을 수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어쩌다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장직을 맡게 됐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사실 힘든 게 사실입니다”

“구조적인 문제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각종 언론 보도들이 약간은 왜곡된 보도를 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악질 조교사네, 갑질이네, 월급 200만 원을 줬다네 등등 말이 많아요. 하지만, 실제로 말 관리사 P에게 지급된 임금은 6천만 원 수준이었어요.

실제로 고인 P씨의 소속 조의 말 관리사들은 월평균 400만 원 이상을 수령한 걸로 알려졌다. 해당 조의 조교사는 말 관리사들에게 지급할 임금에 오히려 자신의 몫을 떼어 주기도 했다.

오문식 회장은 조교사들도 조교사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다고 토로했다.

“우리 조교사들도 고충이 있어요. 말 관리사들의 임금은 임금대로 100% 다 주고, 조교사는 적자를 봐도 감내해야 는 구조입니다. 원래 사업자는 돈 잘 벌면 많이 주고, 적게 벌면 적게 주는 건데 조교사들은 사업자이기도 하고 중간 관리자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번 달에도 조교사 중 한두 명은 적자를 봤습니다. 힘든 구조 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됩니다.

조교사협회 측은 고용 불안 등의 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고용 불안을 해소시키는 게 첫째 목표입니다. 함께 일하고 있는 친구들이 해당 조교사 은퇴로 갈 데가 없다고 하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직원들의 고용 안정과 복지에 대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서 부경 조교사협회를 사람이 사는 곳으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아무리 경쟁 체제라지만 선후배, 동료 간의 ‘동업자 정신’ 같은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마에서 경쟁할 때는 하더라도 관계에서는 서로 존중하고 공감할 수 있는 구도가 돼야 해요. 지금은 숨 막힐 정도로 서로 힘들어하지만 그런 것들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오문식 부산경남 조교사협회 회장은 경마 종사자들의 고용 불안을 해소시키고, 단순한 경쟁 구도를 넘어 동업자 정신을 일깨울 수 있는 완충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Copyrights ⓒ말산업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